[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4200선을 뚫었던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량 매도로 출렁이는 사이 뒤늦게 매수 대열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이들 중 이미 많이 오른 주가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올해 강세장에서 소외됐으나 내년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0.55% 상승한 4026.45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이번 주 순매도로 전환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1조67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4영업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4영업일 간 순매도한 금액만 7조원을 넘습니다. 이 매물을 개인이 받아내며 코스피 4000선을 지켰습니다. 이날은 기관도 8700억원 이상 순매수로 거들었습니다.
올해 부진했던 내년 기대주 주목
두 달 동안의 강세 행진 후 차익 실현 매물이 대규모로 쏟아지자 랠리에 올라타지 못했던 개인들이 뒤늦게 뛰어드는 모습도 포착되는데요. 개인들은 그동안 상승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도주 위주로 매수하면서도 고점 매수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엔 상승폭이 컸던 주도주 대신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종목들 중에서 후보를 찾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현재 증시엔 오를 땐 같이 오르지 못했지만 조정받을 땐 같이 하락한 종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종목군 중에서 올 3, 4분기 또는 내년이 기대되는 종목을 선별하려는 것입니다. 11월 들어 증권사들이 하나둘 2026년 경제와 증시, 주요 종목들의 내년 실적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올해는 부진했으나 내년엔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턴어라운드 예상 종목들 중에서도 올해 결산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턴어라운드 이슈는 4분기 실적 발표와 내년 연간 실적이 주목받을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배당주들은 그에 앞서 주가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기준일을 내년 주주총회 시즌 전후가 아니라 기존처럼 12월 말로 정해놓은 경우라면 조금 더 빨리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정제마진 회복…화학만 바닥 찍으면
정유사들의 경우 정제마진 확대로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화학제품 쪽이 이익 전환은 아직 더뎌도 정유와 윤활유 부문은 확실히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정제마진 개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 덕분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화학부문이 여전히 고전 중이고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영업손실을 냈지만 정유가 회복하면서 다른 사업부문들의 구멍을 메워준 형국입니다. 정유사들이 낮은 유가에 적응한 데다 러시아 설비가 우크라이나의 공습을 받아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입니다. 윤활기유 부문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어 정제마진 증가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S-Oil가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S-Oil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공사 중인 샤힌프로젝트가 내년 완공되면 S-Oil은 세계 최초로 원유를 에틸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직접 전환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설비가 가동하면 현재 정유 중심 매출 구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석유화학 업계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도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 방안에 따른 설비 재편과 내년 업황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증권사들은 S-Oil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S-Oil은 고배당주로도 유명한데요. 실적 수준에 맞춰 배당하기 때문에 작년에는 급감했으나 올해 결산 때는 소액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실적이 정상화될 경우 증액도 기대됩니다.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와 NB 라텍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 합성고무 수요 증가와 환율 상승 덕을 본 실적을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매출보다는 이익 개선이 눈에 띕니다. 또 지난해 라텍스 설비 증설에 이어, 연내 전기차용 타이어 원료 생산설비 증설도 마칠 계획이어서 내년이 기대됩니다. NH투자증권은 ”내년엔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월에 순이익(별도)의 최대 4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습니다. 9월엔 42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소각했고 내년과 후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이를 포함해도 작년 수준의 배당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비용 급증해도 저평가
대미 관세 고비를 넘긴 자동차도 올해 소외됐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감소했는데요. 환율 상승으로 매출과 수출 이익률은 상승했지만 1조8210억원에 달하는 관세 등 비용 증가로 이익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4분기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미국 출시와, 내년 투싼과 아반떼FMC, 아이오닉3 등이 계획돼 신차 효과가 기대됩니다. 똑같은 15% 관세율이 적용된 일본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한데요. 도요타를 제외한 닛산, 혼다 등의 점유율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전기차 생산을 위해 건설한 미국 HMGMA 공장은 다른 모델로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동률을 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관세 인하와 신차 모멘텀, 주주환원 강화 등에 비해 주가는 2026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5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밖에도 최근 통신장비주들이 강세를 보여 주목받았는데요. 내년 미국의 통신인프라 투자 증가를 기대한 모처럼의 상승이었습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28년까지 800MHz급 주파수 공급을 예고해 주요 에릭슨 등 주요 기업들의 5G 어드밴스 도입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이 신규 투자를 시작한다면 국내 장비사들도 수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통신 3사보다 통신장비주 매수를 추천했습니다.
한편 반도체 등 일부 섹터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숨죽이고 있던 금융주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성에 무게가 실려서인지 실적 증가에도 주도주들이 오를 때는 뒤처져 있다가 이들이 숨을 고를 때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이 연내 통과할 경우 배당에 후한 금융주들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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