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500조 투입하는데…고환율 '암초
2025-11-10 14:25:25 2025-11-10 15:22:31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이 고환율 시대를 맞아 금융사 자산건전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리크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정부에 등 떠밀려 향후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수백조 투입 앞다퉈 발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내외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자본비율 방어와 대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앞서 금융지주 '투톱'인 KB·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의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내놨습니다. KB금융(105560)은 2030년까지 110조원을 생산적·포용 금융 분야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투자금융 25조원과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을 포함합니다. 투자금융 부문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 투자 15조원으로 구성했습니다. 포용금융 17조원은 서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성장과 재기 지원, 자산 형성을 돕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쓰입니다. 
 
신한금융도 생산적 금융으로 국가 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데 93조~98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10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 10조~15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기반 대출 72조~75조원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신용 회복과 재기를 위해 12조~17조원 규모를 지원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오는 2030년까지 5대 금융지주가 투입하는 생산적·포용 금융 규모는 508조원입니다. 앞서 지난 9월 우리금융지주(316140) 80조원에 이어 하나금융지주(086790)가 100조원, NH농협금융이 108조원의 생산적·포용 금융 계획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입니다.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 과정에서 금융권이 직면할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됩니다.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벤처투자 등 고위험 부문을 확대하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와 그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등이 불가피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위험 회피 심리까지 확산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원달러환율은 하루에도 10원 안팎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우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1500선을 넘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RWA가 증가합니다. 이 경우 금융지주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시 CET1 비율이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건전성 관리 어떻게?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금융권은 앞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내년부터 RWA 부담이 큰 기업대출·모험자본 등이 대폭 증가하는 만큼 금융지주들은 연말까지 자본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놔야 합니다. 
 
정부가 위험 가중치 조정 등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는 있으나 실물경제 중심의 자금 운용이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이나 부실화 위험 등으로 이어질 우려는 여전합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며 연체율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은 총 18조3490억원으로, 우리금융 출범으로 4대 금융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고정이하여신(NPL·연체 3개월 이상)도 9조26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어났습니다. 
 
당분간 고환율이 예상되면서 각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외화 리스크 관리 등 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KB금융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지주 임원과 은행 등 계열사별 전략 담당 임원을 포함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습니다. 신한은행은 현재 위기단계를 '주의'로 판단하고, 실시간 외환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주의'는 일일 단위로 환율과 외화금리 등 주요 지표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위기 인식 판단 지표'의 진입 단계입니다.
 
하나은행은 외환 유동성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헤지 회계와 외환 스와프를 통해 자산·부채의 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도 위기대응협의회를 중심으로 파생상품 등 환율민감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습니다. 
 
한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본건전성 비율은 당국 권고치를 훨씬 웃도는 등 안정권에 있다"며 "향후 생산적 금융 확대와 관련해 잠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신심사 전략의 정교화, 연체 발생 전 관리 등 건전성 관리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산적 금융의 양적 경쟁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내느냐보다 잠재력 있는 기업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내실 있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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