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호황'…건설·내수는 '혼수상태'
'2년 연속 감소' 후 반등한 순이익
체감경기는 비켜간 "반도체 효과"
2025-12-16 16:50:04 2025-12-16 17:12:41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반도체 업황 호조가 '제조업 전체 실적'을 사실상 홀로 끌어올리며, 국내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세전 순이익)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내수에 직결되는 도소매업과 건설업 실적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경기 개선 신호가 체감 경기로는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같은 양극화는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 순이익 20.6%↑…실상은 '반도체 편중'
 
국가데이터처가 16일 발표한 '2024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금융보험업 제외)의 총매출액은 3371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했습니다. 
 
매출액 증가세에 힘입어, 전체 산업의 세전 순이익은 전년보다 20.6% 증가한 18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 연속 감소 후 증가 전환한 것으로, 2021년(222조3000억원)과 2022년(197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특정 업종의 급격한 반등이 평균 지표를 끌어올린 영향이 큽니다. 전체 세전 순이익의 약 67.9%가 제조업에서 발생했으며, 제조업 실적 개선은 반도체 산업이 견인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업종별 엇갈림이 있지만, 반도체 실적만 놓고 보면 수치상으로는 제조업 전체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 산업이 매출·순이익뿐 아니라 연구개발비 증가도 주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업종·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도 나타났습니다. 전체 연구개발비는 97조1000억원으로 21.4% 늘었는데, 이 중 '제조업 연구개발비'가 88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증가율은 21.2%였습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9년간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액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들 기업의 기업당 매출액은 8404억원으로, 조사 대상 전체 평균의 3.6배 수준입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지난 10일 미디어간담회에 "내년 14개 주요 산업 매출은 1642조 원으로 5% 늘겠지만, 증가분의 대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매출 성장률은 2.8%에 불과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업 매출은 3.8%↓…25년만 최대 폭 '감소'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업종에서는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세전 순이익이 3.4% 증가한 운수·창고업을 빼면 다른 업종의 증가율은 소수점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내수 연관 산업인 도소매업(-2.3%), 숙박·음식점업(-0.9%)은 세전 순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실적 반등의 온기가 장사와 소비 현장으로는 확산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내수 경기가 걱정"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수는 '뇌사' 상태고,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건설업은 더 심각합니다. 데이터처가 같은 날 공개한 '2024년 건설업조사 결과'를 보면, 건설업 매출은 2023년 500조원 선을 돌파했으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3.8% 감소하며 400조원대로 밀려났습니다.
 
건설업 매출 감소는 이례적입니다. 건설업 매출은 외환위기 후폭풍 속에 1998년(-12.9%)과 1999년(-11.1%)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20년간은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였던 2020년에만 1.9% 역성장했으며, 이후 다시 증가로 전환해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2.3%, 9.9% 늘었습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건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건설사들이 공사 물량을 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외 건설 매출이 17.1%(7조1000억원) 급증했지만, 국내 건설 매출 감소폭(-26조1000억원)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매출 부진은 수익성과 고용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부가가치도 143조2000억원으로 5.2% 줄었고, 종사자 수 역시 전년보다 2.8% 감소한 175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공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지표상 국내 기업들의 평균 성장·수익·안정성은 모두 개선됐지만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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