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1월 1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는 데이터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 동시에 AI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율성 개선 효과가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 역시 AI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토마토>는 선제적으로 AI에 투자해 온 기업들의 현황을 점검하고, 상업화 과정에서 마주한 구조적 과제를 짚는다. 아울러 이러한 난제를 해소하고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까지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산업계에선 AI 활용의 애로사항으로 데이터 활용과 과도한 규제를 꼽는다. 이는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의료와 밀접한 산업의 특성상 더욱 엄격한 데이터 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국내 한정 인증 절차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체계의 경직성이 더욱 높은 상업화의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이주영 의원 유튜브 채널 캡쳐)
AI 사업 영위 애로사항…데이터 확보와 과도한 규제로 귀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실시해오고 있는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1인 이상의 인공지능산업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 2517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업의 59.5%가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를, 기업의 47.9%는 '과도한 규제'를 AI 사업 운영상 느끼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 같은 애로사항은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헬스 포럼'에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디지헐헬스의 성장발목을 붙잡는 요소로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진 국내 인증 절차 △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는 건강보험 체계의 경직성 △데이터 활용의 폐쇄성을 지목했다.
이 의원은 발표에서 "국내에 한정용 규제가 너무 많고 수가로 편입될 때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데이터를 생성 혹은 활용 및 수익화할 때 데이터의 생성과 활용 주체가 누구인지, 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누가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질병의 예후 예측 및 환자 모니터링 분야와 신약개발 분야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 확보 문제를 토로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간한 'AI 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규제체계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규제 체계는 데이터의 활용보다는 위험 최소화와 통제에 초점을 둬 데이터 접근성, 이동성, 결합성, 재사용성을 전반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3법, 산업기밀보호법, 저작권법 등 다수의 법제가 병존하고 있으며, AI 학습데이터를 전제로 한 규율체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고위험 AI 분야에서는 기존 산업 법제와 AI 관련 법제가 충돌하거나 중첩되는 현상도 발생하는데, 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이 중첩 적용된다. 이에 실질적으로 공유·결합·반출 가능한 데이터 범위는 법령에 규정된 것보다 훨씬 좁아지게 되고, 의료 영상, 생체신호 등과 같은 핵심 AI 학습자산은 기관 내부에 고립되거나 매우 제한된 형태로만 활용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 나아가 산업 내에서의 데이터 상호 운용성 미비도 문제다. 정부는 의료분야에서 HL7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 기반 통합 의료정보 표준 도입을 추진하며 병원 간·기관 간 의료 데이터의 구조화와 상호윤용성 강화를 시도해 왔지만 실제 병원정보시스템(HIS)의 표준 적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환자 진료정보, 영상·검사데이터, 임상연구 데이터가 기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저장되고 관리되고 있으며, 다기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데이터 정의·코드·의미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석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경쟁은 알고리즘 중심 경쟁을 넘어, 데이터 접근·활용 역량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데이터 규제체계는 정보보호 중심의 규율을 넘어 산업정책적 인프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규제 현실 뛰어넘는 글로벌 혁신 사례 주목해야
과도한 규제 역시 속도감 있는 상업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이주영 의원은 해외의 혁신 사례들을 언급하며 국내 인증 절차와 적절한 보상이 부재한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인증 방식의 문제에 있어선 미국의 사례가 소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Pre-Cert' 제도를 도입해 소프트웨어 기업의 개발 역량을 사전 인증, 개별 제품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규제 현실은 포괄적 사전 허가제로 인해 제품마다 수개월~수년의 임상과 허가 절차를 반복해 혁신 속도가 저하되며, 임시 허가를 받아도 실증 기간 종료 후 법 개정이 지연돼 사업이 중단되는 규제 샌드박스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방과 수가 측면에서는 독일의 사례가 제시됐다. 독일의 'DiGA'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식 수가를 부여해 의사가 실제 약처럼 처방을 하게 된다. 이후 1~2년간의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사후 검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효과가 없다고 평가되면 기업에 비용을 환수하는 선진입 후평가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과 새로운 수술 기기들에 대해 국가에서 너무 낮게 비용을 책정해 오히려 내가 돈을 내고 사용하고 싶어도 그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앞으로 디지털헬스케어나 디지털치료제의 경우 그 장벽의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 중심, 기대 중심의 수가 보상으로 우리나라 또한 기업이 어떠한 기술을 신뢰도 높게 획득했다면 그 기업에서 나오는 동일한 라인의 기술들은 모두 인정을 해 주는 정도의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