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공개매수의 함정)②소수주주 '강제 축출' 논란…상법과 정면 충돌
주주충실의무 도입했지만 실무 위한 가이드라인 '미흡'
공정성과 주주보호 위해 특별위원회 설치 필요성 확대
2026-01-22 06:00:00 2026-01-2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0일 14:1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간 공개매수를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기업들이 공개매수를 거친 뒤 잔여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정리하며 상장폐지를 마무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 산정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소수주주 지분을 사실상 강제로 매수하는 이른바 '스퀴즈 아웃'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업과 주주 간 분쟁으로 비화되는 한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려는 상법 개정안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공개매수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짚어보고,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에 나서려던 기업이 주주 반대에 부딪힐 때 최종적으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현금 등으로 매수해 상장폐지 요건만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소수주주 지분을 사실상 강제로 매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반대의견을 가진 소수주주를 사실상 '축출'하는 방식으로 의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으로 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상법개정안과도 충돌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액트 갈무리)
 
사모펀드 중심 '강제 상폐' 잔혹사신세계푸드 가세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031440)가 최근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지분 73.10%를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본래 목적인 상장 폐지에 실패했다. 상폐를 위해서는 발행주식총수의 93.36%를 확보해야 하지만, 20.26%포인트를 추가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매매가격에 대한 소수주주들의 반발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이마트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신세계푸드의 남은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139480)는 1차 실패 후 곧바로 포괄적 주식교환에 나섰다. 공개매수를 통해 특별결의를 처리할 수 있는 70% 이상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면서 별도의 2차 공개매수 없이 주식교환을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공개매수를 2, 3차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202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경우 락앤락 상장폐지를 위한 2차 지분 공개매수에도 86.38%를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를 단행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컨소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지분 96.1%를 확보하면서 상장폐지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전형적인 이해상충 거래에 해당해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물론 사실상 소수주주 축출 제도로 활용되면서다.
 
현행 상법에서는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중 9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소수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매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지배주주는 매매가액의 산정 근거와 적정성에 관한 공인된 감정인의 평가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이용할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이 경우 강제매수와 달리 주식교환의 대가로 지급되는 현금의 구체적 산정근거나 감정인의 평가도 요구되지 않는다. 개별 주주와의 별도 협의나 주식 이전 조치가 없어도 주식교환 결의에서 정한 교환기일이 되면 소수주주의 주식은 효력을 잃게 되고 최대주주는 대상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할 수 있다. 사실상 '강제 축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진=뉴시스)
 
상법 개정안 취지 무색…'공정성 강화' 가이드라인 필요
 
업계에서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유로 신세계푸드의 소수주주들이 공개매수를 거부했음에도 포괄적 주식교환이 강행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소수주주들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을 중심으로 신세계푸드가 사외이사들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가치평가전문가, 법률전문가 고용해 공개매수 가격의 공정성, 주주보호 위한 조치 면밀히 검토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에서는 "신세계푸드 공개매수와 이후 예고된 포괄적 주식교환과 관련해 회사는 해당 사안을 주주 간 거래로 판단해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이사회는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공식 회신했다"라고 주장하며 "이사회가 판단·감시·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가 관계 법령상 허용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판단 부재가 이후 예정된 절차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관계 기관에 법적 해석·검토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공개매수 가격의 투명성과 공정성, 주주보호 조치를 해소하기 위해서 특별위원회 설치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된 이상 신세계푸드도 즉시 사외이사 천홍욱, 김영기, 한주훈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설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신세계푸드가 외부 가치평가전문가, 법률전문가 고용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공개매수 가격의 공정성, 주주보호 위한 조치 면밀히 검토하라"며 "외부 전문가 도움으로 공개매수 가격의 공정성에 대해 검토한 후 주식의 포괄적 교환 위한 주주총회에서는 소수주주의 다수결 절차에 따라 결의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일반 주주들에게 거래의 적정성과 교환 방법, 가격산정 근거 등 주요 사항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 중에 있고 관련 결정은 3월 중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특별결의를 위한 이사회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향후 주식교환 등을 시행할 때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B토마토>에 "금융당국은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가격 산정 근거를 보다 상세히 밝히고 이사회 의견 제시 등을 강화하는 방향의 규제·공시 정비를 검토하는 흐름이며, 법무부도 개정 상법상 ‘회사 및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확대된 점을 전제로 지배주주 주식 취득 후 상장폐지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특별위원회 구성, 독립적 외부전문가 검증, 주주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같은 ‘공정성 강화조치’와 함께 교환가액이 공개매수가보다 불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일련의 절차 전체를 소액주주 관점에서 방어 가능하게 설계하려는 방향으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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