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사모펀드 규제 '손질'…전방위 통제에 '인수 난이도' 높아진다
공모펀드 수준 공시 의무에 근로자 측에 고용 영향 통보해야
자산 매각, 배당 제재…GP 적격성 심사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자사주 활용 규제로 사모펀드의 '경영권 방어' 백기사 차단
2026-04-02 06:00:00 2026-04-0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31일 10: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정부가 사모펀드(PEF)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운용 자율성과 투자 위축 사이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 등을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그간 사적 계약과 운용 자율성에 기반해 성장해온 PEF 시장이 사실상 공모펀드에 준하는 감독 체계로 편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운용 투명성 및 공시 의무 강화 ▲위탁운용사(GP) 진입·퇴출 규율 ▲차입(레버리지) 관리 ▲자사주 활용 제한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운용 투명성 강화… '깜깜이 운영' 논란 해소 초점
 
가장 큰 변화는 운용 투명성 강화다. 개정안은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 자산운용보고서 작성 및 투자자 교부, 분기별 영업보고서 제출, 수시공시, 외부 회계감사 수감 의무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그간 공모펀드에 적용되던 수준의 공시 체계를 사모펀드에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부채·유동성 현황뿐 아니라, 운용사 임직원의 보수와 성과보수 체계까지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깜깜이 운영' 논란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외에도 인수 대상 기업의 근로자 대표에게 경영권 참여 목적,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는 사실상 향후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과정에서 근로자 대표와도 추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통상 사모펀드의 인수가 이루어지고 나면, 불필요한 자산 매각이나 인원조정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경영 개선에 나선다. 그러나 이를 근로자 측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의무화된다면, 사모펀드의 인수 난이도는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GP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외부감독에 초점
 
일부 개정안에는 사모펀드가 취득한 회사의 자산을 유출하는 행위를 2년 동안 제한하는 취지의 조항도 담겨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최소 2년간 배당, 자산 매각, 감자를 제한하거나 관련 의결권 행사 자체를 2년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정부안이나 여당안은 외부감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안에는 사모펀드의 자산 매각이나 배당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 재무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중단시킬 수 있고, 명령 불이행시 해당 사모펀드의 해산 명령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그간 사모펀드가 자산 매각이나 배당 확대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해 온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홈플러스 사태 원인으로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자산 매각에 따른 재무 악화가 꼽히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개정안 통과 이후 재무 악화 가능성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홈페이지)
 
운용사 자체에 대한 규율도 대폭 강화된다. 개정안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최대주주 변경 시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포함한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통제하고, 운용사 건전성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최근 이를 두고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GP 주요 출자자가 출자 능력, 재무 건전성, 사회적 신용 등을 갖춰야 한다는 대주주 적격 요건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나아가 운용자산 5000억원 이상의 운용사에 대해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임된 준법감시인은 2년 이상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대형 운용사 내의 법규 준수 여부를 상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불공정 거래 등 중대한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규정도 마련된다. 이는 부적격 운용사를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레버리지 규제 역시 핵심 쟁점이다. 순자산의 400%까지 허용되는 차입 한도는 유지하되, 200%를 초과할 경우 그 사유와 관리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의무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은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고차입 구조를 감독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조치다.
 
자사주 활용 규제 병행 추진…상법 개정 후속조치
 
자사주 활용에 대한 규제도 병행 추진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가 신탁계약을 활용해 자사주를 우회 취득하거나 특정 기업 경영권 방어의 백기사로 활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해 자본시장법 및 하위 법령 개정안 중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우선 자사주 공시 대상은 기존 '1% 이상 보유 상장사'에서 모든 상장사로 확대된다. 자사주 처리 계획뿐 아니라 실제 이행 현황도 연 2회 공시해야 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활용 경로는 사실상 차단된다.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규정을 삭제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장내 매도 방식도 제한된다.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도 계약 기간 중 처분이 금지된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우호 투자자에게 EB를 발행해 경영권을 방어해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모펀드에게 넘겨 백기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은 이 통로 자체를 막아, 자사주를 활용한 우회적 경영권 방어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처분 상대방이 특정되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는 허용해, 일정 범위 내에서는 유동성 확보 수단은 남겨뒀다.
 
이처럼 공시·지배구조·레버리지·자산 운용 전반을 아우르는 규제 패키지가 추진되면서, 사모펀드의 투자 및 회수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운용사 임직원의 보수와 성과보수 체계를 공시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 근로자 측에 보고 의무화, 자산 매각과 배당 금지 등의 조항은 사모펀드만 특정되는 규제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운용 투명성 제고와 부실 운용사 퇴출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사모펀드에 일괄 적용할 경우 투자 의사결정 유연성이 떨어지고, 일부 개정 내용은 오히려 일반 기업들과 비교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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