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지방 분양시장 침체가 민간사업장을 넘어 공공주택 일정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미분양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사업성 저하가 겹치며 공공사업마저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군산신역세권 지구 B-1블록 사업 기간을 올해 6월에서 2029년 12월로 연장하는 사업 계획 변경을 고시했습니다. 다른 조건은 그대로고, 사업 기간만 42개월 연장됐는데요. 업계는 공공주택 사업이 3년 이상 연장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 군산 사례가 지방 공급 시장에 켜진 '경고등'이라는 겁니다.
안 팔리는 것 넘어 '못 짓는' 문제로
이번 군산신역세권 지구 B-1블록 사업 연장은 앞서 같은 지구 A-1블록 일정이 사업비 증액과 함께 25개월(2029년 1월) 늦어지면서 벌어진 연쇄적 현상입니다. 동시 추진을 염두에 둔 사업이 분양 여건 악화와 사업성 부담으로 순차 진행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공공주택 공급 일정 전반이 뒤로 밀린 셈입니다.
LH는 미분양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려해 A-1블록과 B-1블록을 분리해 사업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습니다. 3년 이상 사업이 밀린 데 대해서는 "잦은 연장 대신 실제 준공 가능한 시점을 반영해 현실적으로 사업 기간을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공급 지연 배경에는 지방 미분양 누적과 건설원가 급등이라는 이중 압박이 자리합니다. 실제 국토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6만6208가구로 전월(6만6576가구)과 비슷했지만, 지방 악성 미분양은 3만1307가구로 전월(2만9555가구) 대비 5.9%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이 전체의 86.3%(2만7015가구)를 차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별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방은 미분양 누적에 따른 분양 리스크가 커진 데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사업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급 자체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지방은 일부 대형 단지를 제외하면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진행이 멈춘 곳도 다수"라며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긴 이유는 지방 주택시장 침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분양이 발생해도 일정 기간 버티면 됐지만, 지금은 금융비용과 공사비 부담이 동시에 커져 사업을 계획대로 끌고 가기 쉽지 않다"며 "지방은 분양 시점 자체를 늦추거나 블록별 순차 공급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지방 부동산 심각"…'환매보증제+리츠' 해법 고심
이런 상황은 정부의 공급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정부는 올해도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속도 제고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급 목표와 실제 착공·준공 일정 사이의 간극이 확인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주택 안심환매 사업의 공정률 기준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 여당도 대안 마련에 분주합니다. 민주당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지방 미분양 물량을 흡수하고, 이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해법이 나왔습니다. 공공이 공급 전 과정을 끌고 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을 활용해 미분양을 줄이고 공급 기반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됩니다.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미분양 장기화가 신규 착공 위축과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 재고 해소를 넘어 공급 시스템을 방어하는 차원의 접근입니다.
아울러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환매보증 제도'와 리츠사가 이를 매입해 장기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구조적 대안도 나왔습니다. 공공 소유 부지 정비 과정에서 민간 건설사 참여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영구임대 중심의 임대 전문 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주요 개발사업의 지방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입법 필요성까지 언급됐습니다. 즉, 지방 미분양 대책이 민간 참여 확대와 임대 전환, 인허가 규제 개선을 묶은 종합 대책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을 일종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미분양이 발생하는 지방 사업장들은 과거 시장이 좋았을 당시 추진됐던 곳들"이라며 "경기가 꺾이면서 지역 수요가 충분치 않거나 해당 지역의 공급 물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미분양 발생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