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30년전 미지의 기술로 평가받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선택이 대한민국 통신 산업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당시 주류였던 시분할다중접속(TDMA) 대신 상용화 사례조차 없던 기술을 택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디지털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고, 이후 3G·LTE·5G로 이어지는 산업 진화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통신은 이제 단순한 연결을 넘어 인공지능(AI)을 처리하는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가 상용화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96년 1월3일, 오전 9시1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017670)) 남인천영업소에서 CDMA 1호 고객이 탄생했습니다.
CDMA는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고유 코드로 구분해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쓰면서도 서로 간섭 없이 통화할 수 있게 하는 2G 핵심 기술로 불립니다. 당시 글로벌 표준으로 TDMA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당시 신생 부처였던 정보통신부는 CDMA 단일 표준을 선언하고, 한국이동통신을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과 함께 민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CDMA는 이론적으로 TDMA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통화할 수 있었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신호 처리와 고성능 디지털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실제 첫 상용 통화 당시 이용자가 "유선전화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초기 불확실성이 컸던 기술인 셈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은 TDMA 대신 더 높은 수용 용량과 기술 자립 가능성을 가진 CDMA를 선택했습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DMA 상용화는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전략과 민간 경쟁 체제가 맞물린 결과"라며 "세계 최초 CDMA 상용화가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도약의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8일 세계최초 CDMA 상용화 30주년 언론 스터디에서 CDMA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CDMA 상용화 이후 통신은 산업 전반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습니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하며 유선전화를 대체했고,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은 반도체·단말·콘텐츠 산업 확산의 기반이 됐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이를 수출로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 ICT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마중물 효과로 평가합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동통신 산업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새로운 경제 축으로 자리 잡았다. ETRI가 2002년 발간한 'CDMA 기술개발 및 산업 성공요인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37.2% 고속 성장을 통해 누적 생산액 4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생산유발효과 125조원, 142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후 이동통신은 세대 전환을 거치며 산업의 성격 자체도 변화시켰습니다. 2G가 디지털 음성과 문자 중심의 통신을 정착시켰다면, 3G는 모바일 데이터와 인터넷, 4G인 LTE는 동영상과 플랫폼 경제 확산을 이끌었습니다. 5G는 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며 통신을 산업 인프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제 통신은 AI 시대를 맞아 또 한 번의 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와 AI를 결합한 자율 네트워크로의 진화를 추진 중입니다. AI가 트래픽을 예측하고, 네트워크를 스스로 최적화하며, 장애를 감지·복구하는 구조입니다. AI가 네트워크 운영 전반에 개입해 트래픽 증가 대응과 에너지 효율 개선, 장애 대응 자동화까지 구현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AI 서비스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포 AI(Network for AI) 전략도 병행합니다. 통신망이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바뀌는 것입니다.
6G 시대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AI와 네트워크가 결합된 AI 네이티브 네트워크가 핵심으로 떠오르며, 통신은 공간 제약을 넘어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SK텔레콤은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AWS)·인텔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퀄컴 등 장비업체, 도이치텔레콤·NTT도코모·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AI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담당은 "AI 시대에는 네트워크가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물류·의료·금융 등 전 산업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결정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