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한 달…‘직고용·분리교섭’ 재계에 불어오는 변화
원청 교섭 요구 빗발에도 혼란 없어
기업 소극 대응에 노동계 ‘강력투쟁’
직고용·분리교섭…포스코에 쏠린 눈
2026-04-09 16:38:20 2026-04-09 16:48:0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대상의 포괄적 인정을 뼈대로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았습니다. 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우려했던 산업 현장의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아직 원·하청 간 실질적 교섭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아 향후 노사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직고용, 분리교섭 등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재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에 이목이 쏠립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985곳의 하청 노조가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심판 사건도 한 달 새 273건에 달하는 등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무시하거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두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는 등 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원·하청 간 실질적 교섭 테이블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얻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기업들은 먼저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기다리는 등 수동적인 기조로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사용자성 판단에 따라 분리 교섭이 확대될 가능성과 교섭 의제의 구체적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 변수가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교섭에 선제적으로 나설 경우 자칫 첫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판단도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법 적용에 모호한 부분이 있고 첫 사례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상황을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특히 교섭 과정에서 어떤 불확실성이 나올지 모르기에 긴장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계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법 시행에도 사실상 대응을 보류한 사용자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복리후생, 노동안전 등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사용자 측이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노조법이 개정이 됐지만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지 않는 사용자들의 오만한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원청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715일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가운데 재계의 시선은 포스코로 쏠립니다. 포스코가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노사관계에 있어 전향된 태도를 보인 까닭입니다. 포스코는 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는 등 대응에 나선 바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7000명에 달하는 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 등 노사 상생 모델을 발표하며 이목이 쏠렸습니다. 여기에 민간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되며 교섭 테이블에 가장 먼저 앉을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전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산업안전 관련 사안에 대한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를 분리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예상됐던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교섭 지연 등에 따른 노사 갈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법 시행 이후 예상과는 달리 현장의 혼란이나 복잡함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사용자들의 교섭 지연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포스코 같이 직고용 문제가 쟁점이 되는 곳에서부터 교섭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둘러 모델 사례를 도출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노란봉투법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위가 안전이나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노동 조건의 본질인 임금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아 전부 노사 갈등 요인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사용자성 판단 방식을 촘촘하게 해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 현장의 불확실성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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