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가상자산 2단계(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규제 방식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등을 적정성을 두고 당정 간 이견도 여전한데요. 정치권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논란이 되는 쟁점은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럴 경우 금융위가 앞으로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위헌 논란에 귀 막은 금융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지연의 핵심 요인으로 금융위가 주장하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꼽히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1단계법 통과 당시 부대 의견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안입니다. 1단계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둔 법안으로 거래소 교율과 발행 유통 구조, 시장 질서 등 큰 틀만 있을 뿐 지분 강제 제한 같은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금융위는 지난해 11월께 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가동되자 거래소 지분 제한 규제를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시키자고 요청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청와대 입장이라며 거래소 지분 제한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여당 의원들로선 위헌 논란이 걸렸지만 청와대 입장이라고 하니 조건부로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은 특정 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또는 법인의 최대 지분을 약 20% 수준으로 제한하고, 법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30%대 중반까지 허용하는 방안으로 이를 초과하는 지분은 시장 매각 등을 통해 강제로 축소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신규 인허가 단계에서 지분 구조를 심사하는 것을 넘어 기존 지분 구조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국회 입법조사처와 헌법학계에서는 해당 규제에 대해 재산권 제한과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공익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수단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볼 때 지분 강제 매각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입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여전합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한 관계자는 "디지털자산TF 논의 과정에서도 거래소 지분 제한은 자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위헌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다는 비판 의식이 여전하다"며 "당정 입장이 갈리면 외부적으로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논의해 보는 방향으로 조건부 수락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내부에서도 동일 사안을 두고 강경 추진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디지털자산법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회의가 중동 사태를 이유로 연기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쟁점 사항에 대한 위헌 리스크를 문제 삼는 의견이 제기되며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무위 다른 관계자는 "여당에서도 거래소 지분 제한 등을 수용하는 수정안을 다시 마련했지만 논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며 "정무위 의원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위헌 논란을 인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시행령으로 무소불위 권력 행사 우려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정기국회를 바라봐야 할 정도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 내부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거래소 지분 제한을 두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정책 결정권자 간 입장 차이로 당정 협의 자체가 멈춰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여당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기본 원칙 명시'와 '핵심 쟁점의 하위법령(시행령) 위임'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치권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당정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쟁점들은 본 법안에서 제외하고 향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방안입니다.
정무위 다른 관계자는 "핵심 쟁점을 두고 당내 이견이 노출되거나 투트랙으로 법안이 발의될 경우 시장의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면서 "첨예한 사안은 과거 가상자산 법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시행령을 통해 조율의 여지를 남겨두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위가 고수하고 있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요건과 한국은행이 강하게 요구했던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0%+1주 이상 컨소시엄 요건 등이 하위법령 위임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핵심 규제 사항 상당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형태가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향후 정권이나 부처 판단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힙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법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해 멈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자체는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나 업계와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며 "거래소 지분 논의에 입법 역량이 매몰되면서 시장 전체의 질서와 확장성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따르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나 재산권 침해,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가 법률로 직접 규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거래소 지분 제한 등 핵심 규제의 구체적 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위임 범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행령은 상위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정부부처가 제정하는 하위 규범인데요. 법률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집행 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통상적으로 재산권이나 영업 자유와 같이 국민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규제는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고, 시행령은 그 세부 기준이나 절차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일부 핵심 규제의 구체적 내용까지 시행령에 위임하는 구조로 설계될 경우 행정부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며 "위헌 논란을 무시하고 업권 규제를 주장하는 금융위에 디지털자산 시장의 큰 그림을 짜는 것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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