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5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후에도 성과급 재원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 가입 여부를 식별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의 등장으로 파장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사측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노측은 예고된 총파업 등 투쟁 행동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2024년 7월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에서 특정 직원이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 작성에 노조가 관여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사 측이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성과급으로 시작된 노사 입장 차가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일부 조합원들이 과열된 양상으로 노조 미가입자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만큼 노사 관계가 많이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했습니다.
노조 측은 이번 사안과 별개로 총파업 등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 위원장은 “총파업으로 예상되는 손해 규모를 15조~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그런 손해를 낼 거면 차라리 제대로 노사 상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요구”라고 했습니다. 노조는 오는 23일 경기도 평택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면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입니다.
회사 측은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노조 측이 요구한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데다, 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시 생산 차질 등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는 까닭입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비춰볼 때 노조의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삼성전자는 45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보상에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인 37조7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액보다 성과 보상이 커지는 것으로 인공지능(AI) 등 초격차 기술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 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선택지인 셈입니다.
또한 협상 결렬에 따른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수익성과 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합니다. 현재 초기업노조의 가입자 7만여명 중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은 5만5000여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제조와 기술팀 직원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 라인이 멈춰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총파업에 따라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율 저하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가 감당해야 할 유무형의 피해액은 산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8년 평택 공장 정전 사태로 28분간 생산 설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는데, 당시 피해 규모는 500억원에 달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총파업으로 이어지면 노사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는 자세로 극단의 대치를 막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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