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경찰이 인테리어 업체 공사대금 수천만 원을 떼먹고 잠적한 사기 피의자에 대해 '소재를 알 수 없다'며 수사를 중단했지만, 검찰은 시정조치를 요구해 피의자를 체포·구속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피의자에 대해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성급하게 수사중지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7일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A씨는 2025년 8월 인테리어 업자 5명을 속여 공사를 시킨 뒤 공사대금 23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가로챘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집주인과 인테리어 업체를 중개해 온 A씨는 집주인에게 공사대금을 받고도 인테리어 업체에겐 착수금만 지급하고 잠적한 겁니다. 조사 결과 A씨는 동종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4차례나 선고받은 상습범이었습니다.
광주남부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했지만, 지난해 12월 수사중지를 결정했습니다. 피의자인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등엔 사람이 없었고,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현행 '경찰수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가 소재불명일 경우 수사중지를 중지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중지 결정했을 땐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에 따라 7일 이내에 사건 기록을 검사에 송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이유현)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검찰이 대검찰청 예규인 '수사중지 기록 처리 지침'에 따라 확인해 보니, A씨는 수사중지 기간 중에도 다른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본인의 실제 거주지까지 진술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이 피의자의 다른 수사나 재판 현황만 조회했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에 광주지검은 광주남부서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형사소송법 197조3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검사의 요구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광주남부서는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를 받아들여, 검찰에 A씨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차례로 신청했고, 결국 그를 체포·구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검찰의 꼼꼼한 기록 검토와 적극적인 시정조치 요구로 소상공인들을 울린 민생 사기범을 단죄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중지 결정은 불송치 결정과 달리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해도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며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가 경찰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구제수단"이라고 했습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됩니다. 하지만 수사중지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의 이의신청이 불가하다는 겁니다.
광주남부서 측은 "출국 여부, 교도소·경찰서·유치장 수감 여부, 주소지, 가족들까지 평상시에 하는 소재 수사는 다 했다"며 "검찰이 피의자 소재 추적을 더 해서 신병을 확보하는 게 낫지 않냐는 취지로 시정조치 요구를 했고, 체포영장을 신청해 피의자를 추적해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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