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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0일 16: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유창선 기자] 부동산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산운용 시장에서 운용사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입지의 건물을 사두면 수익이 따라오던 시대가 저물고,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운용 역량과 자본 조달 채널이 투자 성패를 가르는 분위기다. 이런 국면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글로벌 자본 유치와 사업 모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오타 조감도(사진=이지스자산운용)
순이익 3년 연속 증가·EOD 잇달아 수습…혹한기 역주행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2025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73.3조원이다. 2011년 1조원 수준에서 출발해 14년 만에 73배 넘게 성장했다.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점유율은 15.0%로 2016년 이후 10년 연속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수익성도 외형을 따라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41억원으로 2023년 510억원, 2024년 718억원에 이어 3년 연속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23억원에서 1388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역마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처했던 기간에 거둔 결과다. 운용보수 기반 체력이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익잉여금 확대와 부채비율 하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익잉여금은 3213억원에서 4294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105.5%에서 95.9%로 내려왔다. AUM 기반 운용보수가 거래 보수 감소를 상쇄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실적 이면에는 위기관리 역량도 엿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단기간에 세 건의 ‘기한이익상실(EOD) 사태를 잇달아 수습하며 눈길을 끌었다.
분당 롯데백화점 복합개발 사업에서는 실물 담보대출 구조를 개발 브릿지론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약 1965억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EOD를 해소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시공사 책임준공 확약 부결이라는 돌발 변수에도 대주단을 설득해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이끌어냈다. 서울역 일대 이오타 서울 2에서는 과거 협업 트랙레코드에서 비롯된 투자자 신뢰를 바탕으로 대명소노그룹의 후순위 700억원 확약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발판으로 메리츠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의 선순위 참여를 유도했다.
힐하우스 품고 'Asset as a Service'로…사업 모델 전환 가속
이 같은 행보에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Hillhouse Investment)와의 지분 거래 협의가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힐하우스는 현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힐하우스는 2005년 예일대 투자기금(Yale University Endowment)의 2000만 달러 시드머니를 바탕으로 설립된 글로벌 대체투자운용사로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부동산 투자 부문은 별도 플랫폼인 ‘라바 파트너스(Rava Partners)’를 통해 운영되며, 라바 파트너스는 2022년 출범 이후 누적 약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일본·인도·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물류센터·산업시설·디지털 인프라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UM 규모는 140조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대형 주거 개발사 샘티홀딩스를 약 1조7000억 원에 사모화하는 딜을 성사시켰고, 인도에서는 물류 플랫폼 로지캡(Logicap)을 통해 뭄바이·델리·벵갈루루 등 주요 도시 인근에 물류 자산을 구축 중이다.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는 싱가포르·홍콩·일본 등지에서 하이퍼스케일러 수요를 겨냥한 데이터센터 사업자 데이원(DayOne)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하이·선전 데이터센터에 AWS Direct Connect 접속망을 유치하는 등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사 시설을 통해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UM 140조원 규모의 글로벌 운용사가 이지스의 국내 운용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해외 자본 유치와 글로벌 딜소싱 채널이 함께 넓어질 것으로 본다. 단순 임대 수익을 넘어선 새로운 수익 모델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미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기업마케팅센터를 신설해 공간·자본·운영 수요를 통합 해결하는 ‘Asset as a Service’ 모델을 추진 중이다. 삼일PwC와는 개발금융 재무자문, 외국계 임차인·투자자 유치, 임대자문 전략 컨설팅 등 6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CM부문 신설을 통해 싱가포르 법인 이지스아시아(IGIS ASIA)와의 협력 기반 글로벌 기관투자자 펀딩 채널도 넓히는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힐하우스가 이지스를 택한 것은 결국 이지스가 14년간 쌓아온 운용 플랫폼의 가치를 글로벌 기준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EOD 사업장을 연달아 정상화시킨 위기관리 역량과 대주단·투자자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유창선 기자 yud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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