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울려 퍼진 교황 레오 14세의 연설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명분 아래 폭주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심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 출신 최초의 교황으로서 그가 모국의 대통령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서늘하고도 준엄했다. 그는 “지금 ‘한 줌의 폭군들(a handful of tyrants)’에 의해 전 세계가 유린당하고 있다”고 일갈하며, 권력의 독선이 인류 보편의 평화를 파괴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이러한 교황의 분노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위기를 국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에서 극에 달했다. 레오 14세는 “종교와 하느님의 이름을 자신들의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자들에게는 화가 있을 것”이라며, 신성한 가치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트럼프의 '거래적 신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트럼프식 정치가 인류의 양심과 신앙의 본질로부터 얼마나 타락해 있는지를 폭로한 역사적 심판이었다.
현재 미국이 밀어붙이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은 이러한 악용의 결정판이다. 복음주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중동의 전운을 정당화하고, 그로 인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교황의 표현대로 세상을 유린하는 처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앞두고 성경을 손에 든 채 '정의'를 강변할 때, 바티칸은 대통령의 대화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며 철저한 '외면'으로 응수했다. 이 싸늘한 침묵은 미국이 도덕적 지도력을 상실했음을 알리는 전 세계적인 신호탄이 됐다.
경제적 독점 또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보호무역과 관세전쟁은 역설적으로 미국 서민과 세계 빈곤층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교황이 지목한 ‘한 줌의 폭군’들이 누리는 정치적 승리의 이면에는, 에너지 대란과 생필품 가격 폭등에 신음하는 이들의 눈물이 서려 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무기로 사용하고 종교적 수사를 선거 전략으로 소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선은 이제 거대한 진실의 벽에 부딪혔다.
백악관의 군주는 스스로를 국가의 구원자로 포장하고 있으나, 그 실체는 메시아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오해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약 2000년 전 십자가 아래 모여든 군상들은 고통받는 예수를 향해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고 조롱했다. 이는 희생과 사랑이라는 본질을 버리고 오직 권력과 생존이라는 사악한 욕망을 택하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유혹이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우선주의'라는 가짜 십자가 뒤에 숨어, 세계의 고통을 외면한 채 오직 자신과 자신의 권력만을 구원하려 들고 있다. 타인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는 이 뒤틀린 행보는 결국 신성 모독에 가깝다. "자신부터 구원하라"는 유혹에 굴복해 인류 공동체를 저버린 자에게 남겨질 것은, 교황이 예고한 대로 '화'와 함께 역사라는 이름의 영원한 형벌뿐이다. 가짜 구원자의 성벽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남을 진실의 심판은 이미 시작됐다.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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