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글로벌시티(IGCD)가 유정복 인천시장의 치적을 위해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조기 착공을 강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엔 이해충돌 논란까지 나왔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가 이 사업의 시공사에 특정 마감재 사양을 통보했는데, 문제의 그 사양은 인천글로벌시티 대표가 취임 전 몸담았던 업체의 제품과 공법으로 확인된 겁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유정복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유 시장의 책임론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3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도급계약서 첨부 자료를 보면, 인천글로벌시티는 욕실 마감재의 양변기를 "대림바스 이상, 벽걸이 타입 적용"으로 명시했습니다. 배관 공법도 "층상 배관(벽 배관) 공법 적용, 몰탈 배수관 및 몰탈 배수관용 별도 입상 적용(OSP)"이라고 적었습니다. 도급계약서의 공사비 포함 사항엔 "세대 내 욕실 층상 배관(벽 배관) 공법(OSP)"이 별도로 들어갔습니다. OSP(On Slab Plumbing)란, 욕실 배수관을 아래층 천장이 아닌 해당 층 바닥(슬래브) 위 벽면에 설치하는 공법입니다. 층간소음과 누수 분쟁을 줄이는 장점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인천글로벌시티가 지난 2월25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와 시공 참여 의향 안내문을 공고할 땐 이런 마감재 사양이 일절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고 단계에선 없었던 구체적 사양이 도급계약서 단계에서 새로 등장한 셈입니다.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 조감도. (사진=인천글로벌시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도급계약서 단계에 추가된 양변기 벽걸이 타입과 OSP 공법은 인천글로벌시티 대표인 A씨가 과거 일했던 회사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A씨의 과거 명함에 따르면,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는 2022년 무렵까지 화장실 배관 전문 업체 B사에서 회장으로 재직했었습니다.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도 인천글로벌 대표 취임 전 B사에서 재직한 사실을 수긍했으나, 회장 직함을 쓴 것에 대해선 "약 2년간 비상근 자문역으로 있었을 뿐이다. 법인카드 월 200만원과 소액의 교통비를 받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시공 때 B사의 OSP 공법이 채택되도록 본인이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인정했습니다. A씨는 "(OSP 공법은) B사만 특허 낸 기술이다. 이게 유럽에선 120년간 럭셔리한 호텔엔 다 들어간 것"이라며 "내가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검토하라'라고 해서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OSP 공법이 적용된 도급계약서가 만들어진 시점 역시 인천글로벌시티 직원들이 B사를 견학한 뒤였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인천글로벌시티 내부 자료 '자재·설비 업체 방문 일정표'에 따르면, 직원들은 올해 1월28일 B사를 방문했습니다. 특히 일정표의 비고란에는 '사업 제휴안 도면 표현'이라는 문구가 적혔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 대표인 A씨 지시로 직원들이 B사를 견학한 뒤 이 회사 공법이 도면에 반영됐다는 정황이 일정표 자체에도 증거로 남은 셈입니다.
A씨는 내부 평가위원회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B사 공법을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시공에 반영하는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A씨 본인의 직접적 지시였고 △내부 평가위원회 절차는 결국 A씨의 결재를 거쳐야 합니다. 인천글로벌시티는 공공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대표는 인천시장으로부터 임명됩니다. 본인이 대표로 있는 공공 사업에 과거 몸담았던 회사의 제품이 반영되도록 한 건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입니다.
공교롭게도 A씨는 유정복 시장의 측근으로도 분류됩니다. 그는 2022년 B사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그해 8회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후보 선거캠프인 '정복캠프'에서 공보단장을 지냈습니다. 유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그는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공보단장, 인천항만공사 건설부문 부사장(2023년 1월~2024년 12월)을 거친 끝에 지난해 9월부터는 인천글로벌시티 대표까지 맡게 됐습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은 유 시장의 공약인 영종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 성격입니다. 앞서 인천글로벌시티가 진행한 송도 아메리칸타운 1·2단계의 개발이익금 600억원,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개발이익금 900억원 등 총 1500억원이 영종 국제학교 건립비로 투입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 시장이 자신의 측근을 인천글로벌시티 대표로 임명한 건, 스스로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제스처이기도 합니다. 송도 글로벌타운 조기 착공 강행 의혹, 이를 위한 시공사 계약 압박 논란에 이어 인천글로벌시티 대표인 A씨의 이해충돌 논란에 관해 유 시장도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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