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PO 예심 문턱 높아지자…중소형 증권사 파이프라인 '휘청'
예심 단계부터 병목…스팩합병도 우회로 역할 퇴색
대형사 대어 중심 선별…중소형사 파이프라인 부담
2026-05-29 06:00:00 2026-05-2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7일 11: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의 첫 관문인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별 체감 온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조 단위 대어급 기업과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발행사를 중심으로 선별 수임에 나서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기술특례·중소형 성장기업의 심사 리스크 확대로 파이프라인 관리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사진=한국거래소)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 케이솔루션은 지난 2월12일 디비금융제12호스팩과 합병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날 디비금융제12호기업인수목적과 스팩(SPAC) 합병을 자진 철회했다.
 
최근 스팩 상장을 앞두고 자진 철회한 곳은 케이솔루션뿐만이 아니다. 나무기술(242040) 자회사 에스케이팩도 교보16호스팩과 합병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예심을 자진 철회했다. 소형가전 전문 기업 무아스 역시 신한제12호스팩과의 합병상장 절차를 접었고, TPD 기반 신약개발사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외에도 디티에스, 덕산넵코어스, 한컴인스페이스, 씨엠디엘, 에스케이팩, 디티에스, 덕산넵코어스 등 상장에 도전했지만, 예심이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예심 단계부터 병목…스팩합병도 '우회로' 아냐
 
최근 IPO 시장에선 예심 단계부터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스팩합병은 직상장 대비 일정과 공모가 변동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스팩합병 역시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상장 우회로 장점이 약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스팩합병을 제외하고 상장예심을 청구한 66개 기업 가운데 21개 기업이 심사를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 조치를 받았다. 단순 계산하면 예심 실패율은 31.8%, 통과율은 68.2% 수준이다. 2021~2023년 20% 초반대였던 예심 미승인율이 2024년 31.0%로 급등한 뒤 2025년에도 30% 안팎에 머물면서, 과거 80% 안팎으로 인식되던 예심 통과율이 60%대로 내려앉은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올해 1분기 스팩을 제외한 신규 상장사는 9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예심 청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장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운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예심을 청구한 기업 가운데 이달 초까지 결과를 받은 기업은 대신밸런스제20호스팩과 메리츠제2호스팩, 두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예심을 청구한 넥스트젠바이오의 경우, 무려 5개월이 넘도록 결과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규정상 국내 기업은 원칙적으로 45영업일 안에 심사 결과를 통보받게 되어 있지만, 현미경 심사 기조 속에 해당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사는 대어 중심 선별…중소형사는 파이프라인 부담
 
충격 강도는 증권사마다 제각각이지만,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심사 강화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딜 확보 자체가 어려워 사정이 다르다. 특히 조 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발행사일수록 재무자료나 기관투자자 네트워크, 상장 이후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지는 만큼 대형 증권사의 ECM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IPO 시장의 대어로 거론되는 토스, 무신사, 구다이글로벌 등은 대부분 대형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가 대표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토스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37620)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무신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뒀다. 구다이글로벌 역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005940),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 등을 주관사단에 포함했다.
 
반면 딜 확보에 난항을 겪는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기조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기술특례, 성장성 특례, 코스닥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주관 실적을 쌓아왔지만, 예심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인력 투입 비용만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이 최종 성공해야만 공모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취하는 구조로 인해 실적 공백에 대한 우려만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예심이 길어지거나 철회 사례가 늘면서 주관사가 투입한 실사·심사 대응 비용이 매몰비용으로 남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 28곳의 인수·주선수수료는 22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1% 줄었다.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착실히 인수·주선수수료를 늘려가는 반면 한화투자증권(003530), 현대차증권(001500), IBK투자증권, DB(012030)증권 등은 수수료가 감소하면서 증권사들의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거래소 심사가 까다로워질수록 주관사는 청구 전 단계에서 사실상 예비심사를 한 번 더 치르는 셈"이라며 "대형사는 대어급 딜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한두 건의 철회만으로도 연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체감 부담이 훨씬 클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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