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단골 주점을 찾은 일이 있었습니다. 평일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던 곳이었는데, 그날은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오후 8시가 넘었는데도 드나드는 손님이 우리 일행 말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장님께 이유를 물어보니 '12·3 내란'을 기점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고, 그 이후론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는 겁니다. 가게도 8개월 전 내놨지만 찾는 연락이 없다고 합니다. 세 들어 있는 건물은 지난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권리금마저 묶인 상황입니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모두 내보냈지만, 매달 상가 월세 1200만원이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알고 지낸 많은 자영업 사장님들이 폐업, 현장을 떠났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던 여행사 사장님과 횟집 사장님은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했습니다. 제보자로 만났던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풀 대출'로 팬데믹을 넘겼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엔 버티지 못해 운영하던 칼국숫집을 문 닫았습니다. 최근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학교 급식 납품업체 사장님 여럿이 미국-이란 전쟁에 직격탄을 맞고 폐업했습니다.
사실 자영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4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을 정도입니다. 코로나19와 전쟁 여파를 대출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지만, 이를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늘면서 서비스업이 재편되기 시작했고, 과잉 공급된 자영업 시장이 조정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연착륙은 필요합니다.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023년 기준 2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6%보다 많이 높습니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이유는 퇴직·은퇴자들의 거의 유일한 재취업 수단이 창업이기 때문입니다. 은퇴·퇴직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해 자구책으로 창업을 택하는 겁니다.
이들은 지역경제의 실핏줄이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모범 사례였던 코로나19 극복에도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올해 1월부터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에 중앙정부 재정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수 회복을 위한 시도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경기·강원·광주전남특별시 등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화폐 확대를 공약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속성입니다.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지방정부가 꾸준히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기금 등을 만들어 독립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자영업자들의 외침에 답을 했습니다. 이번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최태용 공동체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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