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유로 '인플레 균열'…'4대 권역' 긴장감
각자도생 함수에 걸린 주요국들
환율·고유가·고물가 삼각파도
확장 국면 미국, 내부 균열도 뚜렷
소비세 만지작 일본, 유로화 향방 안갯속
한국,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 우려
2026-06-05 17:09:52 2026-06-05 17:09:5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과거 통화정책의 동조화 흐름을 보였던 주요국들이 최근 각기 다른 인플레이션 동인과 펀더멘털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고유가 완충 능력을 시험받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역이 일제히 고물가의 어두운 그림자에 놓인 상황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수요 견인 압력과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속에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2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4대 권역’에 글로벌 충격파
 
5일 전문가들의 경제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일본·유로존은 자국 통화 약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공급발(유가·원자재) 물가 급등을 막아야 하는 공통의 함수에 걸려 있습니다. 엔저, 유로화 약세, 원화 약세는 가뜩이나 높은 에너지·원자재의 수입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수요가 침체하더라도 물가는 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띠고 있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공급망 교란이 촉발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실질 소비를 중심으로 73개월째 장기 확장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 균열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지난 4월 실질 소비지출은 서비스 중심으로 2.1%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 중이나 고물가·임금 둔화의 여파로 실질 개인소득(이전소득 제외)은 -1.0%로 전환했습니다.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 데 관성적으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1970년대식의 전면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3.75%(상단 기준) 선에서 동결 장기화되는 긴축의 누적 충격이 시차를 두고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수익성 기대감이 약화될 경우 민간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면서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9.7원)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일, 소비세 만지작…높은 유로 변동성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민생 물가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2025년 기준 일본 가계(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엥겔계수는 28.6%를 기록하며 4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연 소득 하위 20% 가계의 평균 엥겔계수는 33.1%까지 치솟아 가구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오직 '먹고사는 문제'에만 지출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식료품 소비세 인하 카드를 만지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세를 내려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안정이나 내수 진작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유통·제조업계의 제반 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 가격 반영률은 50~70% 수준에 그칠 전망입니다. ING은행(1.0%포인트)과 이토추 경제연구소(1.1%포인트) 등 주요 기관들이 실질 물가하락 효과를 1%포인트 안팎으로 낮게 추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 가계의 고질적인 ‘낮은 한계소비성향’도 문제입니다. 물가가 내려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일본 국민들은 지갑을 열기보다 미래 불안감에 저축을 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대외 여건 역시 감세 효과를 상쇄하는 악재로 꼽힙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역대급 엔저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2.9%에서 4월 4.9%로 급등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압박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 정부의 감세 혜택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로화의 향방도 안개 속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통화 긴축 및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에 힘입어 유로당 1.16~1.17달러 선을 회복하긴 했으나 유로존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는 등 미국에 비해 성장 모멘텀은 크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유가 지원금 지출과 정부 채무 부담 가중(이탈리아 부채비율 약 140%)으로 주요국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심화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ECB의 통화 긴축 전망이 유로화 강세를 지지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과 재정적 여력의 한계가 부각되며 유로화 하방 압력이 다시 점증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의 직원이 달러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
 
우리나라는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기준금리가 3.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당초 '연말 한 차례 인상(2.75%)'을 예상했던 한은의 기존 전망을 수정해 올 하반기 두 차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추가 인상을 거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을 견인하는 데 반해 물가가 2년 연속 한은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된 바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 등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고환율 지속과 국제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더해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2.7%로 뛰었습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25bp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데 이어 위원들의 6개월 내 금리 전망 중간값도 3.00%로 높아진 상황입니다.
 
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에는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며 “민생 경제를 더욱 단단히 챙기는 한편, 경제 대도약을 위한 구조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5일 전문가들의 경제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일본·유로존은 자국 통화 약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공급발(유가·원자재) 물가 급증을 막아야 하는 공통의 함수에 걸려 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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