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CSO 리스크)④수수료 상한보다 입증책임…한국형 규제 힘 받는다
업계 "일률적 상한제, 음성적 풍선효과 부를 뿐"
'입증책임‘ 집중한 한국형 차등 소명 모델 급부상
2026-06-12 07:00:00 2026-06-12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0일 10: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건복지부가 CSO(의약품 판촉영업자) 위탁계약 현황 조사에 착수하면서 제약업계에 강한 계도 신호를 보냈다. 2024년 10월 CSO 신고제 도입 이후에도 수면 아래 남아 있던 '7~8차 재위탁 벤더' 등 유통망 말단의 실태를 제약사 스스로 확인하고 입증하라는 요구다. 이에 <IB토마토>는 정부의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 기조 속에서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마주한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다단계 재위탁 구조에서 비롯되는 법적 책임 리스크를 진단하고, 향후 리베이트 적발 시 약가 인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담이 기업의 미래가치와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정부가 최근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판촉영업대행사(CSO) 위탁계약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한국형 CSO 수수료율 가이드라인(이하 K-CSO 수수료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CSO 수수료 지급 이유를 입증해 정당성을 검증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CSO 관리체계 '시급'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률적으로 CSO 수수료를  제한하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량신약 등은 초기 시장 개척과 학술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영업 난이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히 묶어서 규제하는 것은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법령으로 특정 수수료율을 강제하는 방식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와 계약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있다. 일반 산업군의 영업대행 수수료는 시장 자율에 맡기면서 유독 제약 CSO만 별도 규제로 묶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부합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정 수치로 CSO 수수료를 강제할 경우, 또 다른 우회 경로를 활용해 규제를 무력화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수료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부 규제 방향이 정해질 경우 컨설팅 계약이나 자문료, 제3자 용역 계약 등으로 비용 구조를 분산시키는 음성적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종합해 거래 투명성 규제와 기업책임 법리를 결합한 K-CSO 수수료율 모델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해당 모델의 핵심은 국가가 일률적으로 수수료율 상한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제품 특성과 시장 난이도에 따라 행정적 소명 면제 구간과 집중 검증 구간을 차등 적용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허가 만료된 일반 제네릭 품목은 20~30% 수준을 상대적 안전구간으로 설정해 행정 소명 부담을 줄여준다. 개량신약은 35~40%, 초기 시장 개척과 학술 마케팅 비중이 높은 혁신신약 및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45% 이상까지도 허용 가능 범위를 열어두는 식이다. 불법 행위 자체에 대한 면책이 아니라 고강도 소명 절차의 기준선을 두는 것이다. 이 기준선을 초과하는 순간부터는 해당 비용의 정당성을 기업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 제약사와 CSO가 실제 학술 활동 수행 내역과 의료진 대상 제품 설명 자료, 시장 개척 비용, 임상 데이터 전달 활동, 인력 운영 구조 등을 세부적으로 제출해 CSO 수수료율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입증책임'을 바탕으로 시장 자율과 공공 규제를 절충한 점 또한 K-CSO 수수료율을 유력한 규제 방향으로 꼽히는 이유다. CSO 수수료를 많이 지급했다면 왜 필요한 비용이었는지를 기업 스스로 1원까지 증명하도록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소명에 실패할 경우 약가 인하와 급여 제한, 과징금 부과, 리베이트 처벌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율 정립과 함께 진입 장벽 또한 정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운다. 이미 시행 중인 CSO 신고제의 요건을 더욱 강화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과 조직 체계, 준법감시인, 회계 투명성 시스템 등을 갖춘 업체만 공식 영업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본격 가동 중인 보건복지부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데이터 검증 시스템 역시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모니터링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 제약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업계 안에서는 이번 기회를 오히려 좋은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당장은 소명해야할 일도 많고,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많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업계 투명성이 강화되고 건전한 거래문화가 정착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CSO, 재위탁 했을까 눈치보는 제약업계 
 
정부는 이번 CSO 전수조사에서 '위탁계약서'와 '재위탁 통보서'를 통해 실제 돈의 흐름과 거래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CSO 위탁계약서에는 위탁 의약품명과 품목별 수수료율 등이 명시된다. 정부는 관련 자료를 확보해 판촉비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계약 CSO가 판촉 업무를 또 다른 업체에 다시 넘기는 재위탁이 행해졌을까 우려한다. 다단계 위탁 과정이 진행되면 실제 영업 행위자가 누구인지, 비용 지급 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라는 대형 악재까지 맞물리며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기등재 약제는 오는 8월부터 조정 절차에 들어가 단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한다.
 
약가가 낮아지면 품목당 매출 규모가 축소되므로 고율 CSO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고율 수수료를 유지하면 품목 이익률이 낮아져 손해를 보고, 반대로 수수료를 낮추면 기존 처방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다품목 제네릭 중심 회사들의 계약 조건 변경 및 판매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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