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기업의 성과급 지급 과정에 대한 주주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영업이익과 연동된 대규모 성과급 지급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결정 과정에 주주총회까지 개입할 경우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막대한 초과이익에 따른 성과급 배분 구조를 둘러싼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광장에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관계 부처와 함께 성과급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 과정에 투자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에 대해 이사회 사전 심의나 주주총회 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도 공개적으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원래 노사는 임금을 기본으로 하고 기타 조건을 협상하는데 기타(성과급)가 더 큰 세계 최초의 사례가 생겼다”며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부터 진지하게 사회적 논의를 통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2일 열린 산업부 기자단 브리핑에서 “노동자는 임금이라는 기본 전제가 보장되지만 투자자는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다”며 “수익 배분 논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재계와 경영계는 최근 성과급 논의를 단순 노사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과급의 경우 임금이 아닌, 이익배분의 성격이 강한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무리한 성과급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계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합니다. 주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를 주주총회 의결 사항으로 확대할 경우 경영 판단 영역이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기업마다 경영 환경과 사업 구조, 보상 체계가 다른 만큼 획일적인 규제가 도입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사례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산업계 전반의 사례인 것처럼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회사 실적과 미래 투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진이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노조에 이어 이사회, 주주총회까지 이해관계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로 수십조 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초과 이익의 배분 구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인 보상 차원을 넘어서는 거액의 성과급으로 인해 물가와 부동산 상승이 우려된다”면서 “사회 차원에서 초과이익 배분 구조를 논의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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