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상장폐지, 아프지만 필요한 투자자 보호 방패
2018-09-28 06:00:00 2018-09-28 06:00:00
전보규 기자.
 '상장폐지 유도하는 거래소는 각성하라!', '불합리한 일괄 상폐 중단하고 각각 합리적 재심의 요청한다.'(26~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 상장폐지 반대 집회)
 
'한국거래소발 죽음의 폭주열차를 제발 잠시 멈춰 주세요.', '개미투자자 가족 20만명이 다 죽습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투자한 기업의 상장폐지를 막아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강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상장폐지를 앞둔 10개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들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부터 이틀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렸다. 거래소가 10여개사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는 게 요지다.
 
상장폐지는 재산의 증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늘 해당 기업과 주주의 반발이 뒤따른다. 지갑에 있던 돈이 갑자기 사라지는 데 좋아할 사람이 없으니 당연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상장폐지로 손실을 본 투자자의 얘기를 들으면 언제나 안타까움을 감추기 어렵다. 개인적인 마음의 불편함을 떠나 누구나 부당하게 재산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소한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기업의 퇴출은 단호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장사가 제대로 된 정보를 내놓지 않는 것은 말로만 우리 물건이 좋으니 사라고 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나마 실물이 있는 거래라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지만 주식은 그럴 수 없다.
 
거래소가 감사의견 거절이나 한정을 받은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통상 기업이 의견을 낼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다.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아 채점을 할 수 없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투자자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기업 그리고 부실화된 기업들을 걸러내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질 좋은 물건이 많은 곳에서 만족도가 높은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량기업이 많은 곳에서 더 나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장폐지가 적지 않은 투자자에게 재산의 손실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안타까운 사연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프다. 그렇지만 상장폐지가 느슨해진다거나 개별기업의 사정에 따라 흔들리면서 공정성을 잃어서는 곤란하다. 
 
길게 보면 더욱 엄격하고 단호한 상장요건 판단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특히 여전히 투명성이 높지 못하다거나 코스피의 2부리그와 같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코스닥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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