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확 꺾일까"…차주 기대감
기준금리 인하 은행 대출금리 요지부동
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내려 마진 확보
2025-06-04 06:00:00 2025-06-04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인위적 개입으로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가산금리 손질과 서민 부담 경감이라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경우 대출금리 인하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자금줄이 기대만큼 여유로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 '전무'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1.00%p 가까이 인하했음에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전무합니다.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 은행들의 인위적 개입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는 3.50%였지만 지난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2.50%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3% 후반~5%대 초중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신규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4.05%로, 지난해 9월(3.95%)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구조로 산정됩니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모두 은행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금리인데 가산금리는 운영비용과 신용위험, 자본비용 등을 반영한 추가 금리로 대출자의 신용등급, 담보 종류, 소득 안정성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대금리는 대출자가 은행의 다른 금융상품을 이용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 혜택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기준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3.008%로 전년 동기 2.754% 대비 0.24%p 올랐습니다. 반면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2.636%에서 1.605%로 1.03%p 내렸습니다. 이와 같이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져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챙겨왔습니다. 
 
이재명정부의 대표 금융 공약인 가산금리 손질이 실현되고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출금리가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내려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 손질 공약
 
이재명정부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가산금리 손질을 내건 만큼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는데요. 다수당 지위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개정안은 대출금리 불투명성을 개선하고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서민금융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최대 50%까지만 반영하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은행 임직원에게 징역 또는 벌금형이 부과되는 처벌 조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가산금리 손질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금통위원 다수의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은 금통위가 올해 7월, 8월, 10월, 11월 등 4차례 남아있는 만큼 새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DSR 강화시 대출한도 줄어
 
다만 대출규제 강화 기조가 계속되는 점은 변수입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차주의 대출금리에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 1.5%p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상환능력이 보수적으로 평가돼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이에 따라 한도가 줄기 전에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대출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금융권에서 4.2%의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5년 혼합형 상품 기준 종전보다 1700만원 줄어든 3억원 수준이 됩니다. 변동형은 3억원에서 2억9000만원, 5년 주기형은 3억3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 소득이 1억원일 경우 대출한도 감소폭은 같은 조건에서 5년 혼합형이 3300만원 선으로 가장 많습니다. 변동형과 5년 주기형도 각각 1900만원, 1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DSR 3단계 적용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바로 내리기에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특히 주담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출금리 인하 여부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이후를 지켜본 뒤, 잔액 증가세가 잠잠해지면 점진적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정권 출범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 기대감이 쏠리고 있으나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금리 굳히기에 들어간 만큼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대출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서울 도심 아파트가 보이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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