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손보, '원더'로 엑시트 노린다
2025-09-12 16:15:27 2025-09-12 18:16:48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디지털 영업 지원 플랫폼 '원더(wonder)'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설계사 4000여명 확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원더는 일반인 누구나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험상품 설계·판매·청약·관리까지 보험 영업의 전 과정을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디지털 전환(DT) 전략에 발맞춰 2023년 12월 출시된 플랫폼으로, 보험설계사 진입장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롯데손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설계사 6353명 중 스마트플래너(부업 설계사)는 4046명(63.7%)입니다. 본업으로 얻는 고정소득 이외에 부업으로 보험설계사를 병행해 추가 소득을 얻고자 하는 'N잡러(두 개 이상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니즈와 맞물려 출시 1년 6개월 만에 4000여명의 설계사를 모았습니다. 
 
롯데손보는 향후 부업 설계사를 연말까지 1만명, 내년까지 2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설계사 위촉 이후 수익을 얻은 구체적인 사례를 앱 메인 화면에 띄우는 등 회원 중심의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을 개선했습니다. 나아가 웨딩플랫폼 '요즘웨딩', 인공지능(AI) 테크 기업 '크라우드웍스', 스피치 교육기관 '봄온아카데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 등과 제휴를 맺고 종합적인 재무설계로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대주주, 몸값 올리기 고심
 
현재 롯데손보는 △지급여력비율(옛 RBC, 현 K-ICS) 급락 △구조조정·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 압박 △금감원 경영 유의 제재 △적기 시정 조치 여부 △재매각 불확실성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재매각 추진을 앞두고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의 고심이 깊은 시점입니다. 
 
JKL은 2019년 6월 롯데손보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빅튜라 유한회사를 통해 롯데그룹으로부터 지분 53.3%를 3734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어 당해 10월 356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77.04%로 지분율을 확대해 대주주 지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인수금융을 통한 3800억원 규모 차입을 2023년 10월 약 46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차환)으로 재조달했습니다. 리파이낸싱으로 일으킨 대출은 2027년에 만료 예정입니다. JKL은 그 안에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계획입니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거듭된 리파이낸싱으로 자금력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JKL이 희망하는 2조원대 중반대 몸값을 받으려면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요. 원더는 고정비를 줄이면서 부진한 수익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에 최적화됐다는 점에서 몸만들기에 나선 롯데손보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플랫폼으로 주목됩니다. 
 
원더를 통해 일반인에게 부업이란 명목으로 보험설계사 문호를 개방하는 동시에 롯데손보 입장에선 설계사 수를 늘려 대면 영업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억대에 달하는 설계사 연봉과 각종 프로모션 시상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어 '1석2조'입니다. 
 
한 보험사 임원은 "롯데손보가 원하는 몸값을 받으려면 경영지표를 개선하고, M&A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보여야 한다"며 "비용 효율화와 동시에 수익성을 보전하는 영업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부업 설계사 체제에 도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롯데손보는 2020년대 들어서 설계사 영입과 장기보험 판매 확대 전략을 펴면서 판매관리비(사업비)가 400억원대까지 급증했습니다. 인센티브, 설계사 채용 등 정책에 따라 변동값이 따르지만, 원더 출시 이후 2024년부터 사업비를 두 자릿수로 빠르게 감축해 나갔습니다. 
 
2분기 보험영업익 흑자, 고정 사업비 효율화 뒷받침
 
실제 롯데손보는 원더를 통해 보험 판매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롯데손보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보험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직전 1분기 112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습니다. 
 
주력 상품인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1조251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699억원) 대비 7.0%p 증가했습니다. 장기보장성보험의 성장세에 힘입어 자본력에 큰 축을 담당하는 신계약 CSM도 확대됐습니다. 같은 기간 롯데손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총 2135억원입니다. 분기별로 1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CSM이 유입됐습니다.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인 2246명의 부업 설계사를 위촉하면서 롯데손보의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유입으로 상반기에 체결된 계약 건수는 12만6752건으로 63.3% 늘었습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보험영업이익의 지속적 성장과 이차 역마진 해소를 통해 2분기 중 준수한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신계약 CSM의 안정적 확보와 투자 부문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설계사 영입에 들어가는 출혈 경쟁과 판매 실적을 관리하는 데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 차원에서 원더라는 플랫폼을 만든 셈"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의 원더 광고 화면 캡처. (사진=롯데손해보험)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