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임대료 조정에 난항을 겪었던 신라면세점이 면세점 DF1구역 사업권을 포기하는 강수를 두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구조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업계는 이번 신라면세점의 이탈 문제를 단순한 임대료 갈등이 아닌, 중장기적 측면의 면세 업황 한계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18일 신라면세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업권 반납으로 호텔신라는 임대보증금인 1900억원 상당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발을 빼게 된 것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에 대한 이견이 컸기 때문입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의 10년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이후 누적된 적자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해왔습니다. 이후 공항공사와의 협의에 난항을 겪은 호텔신라는 인천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법원 조정도 불발됐는데요.
본래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업체별로 고정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이었지만,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와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객 수가 증가해도 정작 면세점 구매는 감소하면서, 업체들의 면세점 부담 임대료는 오히려 더 커졌는데요. 호텔신라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입은 적자는 매월 60억~8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렇게 신라면세점이 철수하면서 비게 된 DF1구역 자리에 대한 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철수와는 별개로 인천공항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DF1구역의 입지가 워낙 뛰어나 빈자리가 채워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쟁점은 면세업계의 구조적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 한 신규 사업자들도 호텔신라와 같은 이의 제기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물론 면세업체들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간 주요 수입원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발길이 예년만 못한 데다, 외국인들의 관광 패턴은 나날이 변화하는 추세인데요.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과거 쇼핑 위주의 단체 관광에 나서는 경향이 짙었지만, 최근 'K-뷰티', 'K-푸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한 개별 목적의 관광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업계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임대료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업계 불만은 쉽사리 사그라들 수 없다는 분석인데요.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실 공사가 강조하는 임대료 형평성 문제는 분명 일리가 있지만, 하늘길이 열린 이후로도 시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업계의 임대료 부담은 커져가는 상황"이라며 "공사가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체들이 상호 상생할 수 있는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특히 우리나라 면세점의 동선은 쇼핑 일변도로 짜여 있다.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매장 구성 등에 대해 공사와 업계가 공동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구역.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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