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줄고 신용대출 급증…가계부채 위험도 커진다
2025-11-07 13:46:33 2025-11-07 16:46:4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가 신용대출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상환 기간이 짧은 신용대출 특성상 가계부채 관리 리스크가 되레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용대출, 한 달 새 1조 넘게 증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8598억원으로, 전월(103조8079억원)보다 1조519억원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라 주담대 잔액이 감소한 풍선효과로 보입니다. 
 
신용대출 잔액은 7월 말 103조9700억원에서 8월 104조80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9월 다시 103조8000억원대로 줄었습니다. 그러다가 10월 들어 104조8000억원대로 치솟으며 V자 반등을 보였습니다. 금리 인상기 이후 신용대출이 감소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증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신용대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주담대 한도 축소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가 있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이 급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신용대출로 몰렸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생활비 보충 등 실수요가 남아 있는데 주담대가 막히니 신용대출로 돌아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고금리 단기대출' 리스크 증가
 
문제는 신용대출이 구조적으로 주담대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점입니다. 담보가 없고 금리가 1~2%p가량 높은 데다 상환 기간도 1~5년으로 짧아 차주의 상환 부담이 훨씬 큽니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경우 금융권의 부실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담보가 있고 장기 상환이 가능하지만, 신용대출은 그 반대"라며 "결국 상환 능력에 비해 과도한 부채를 떠안는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권에선 이제 총량뿐 아니라 질적 리스크 관리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었지만, 신용대출 비중이 커지면 부실률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세시장 불안 맞물린 '이중 리스크'
 
전세시장 불안도 신용대출 증가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최근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차주들이 보증금 마련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먼저 이용하거나 추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모두 조이자 자금 공백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부동산·가계부채·금융권 건전성이라는 전방위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계약금·중도금 등 부동산 거래 자금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단기 자금을 메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다만 DSR 규제로 한도는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주담대를 조이면서 실수요자까지 대출 접근성이 제한됐다"며 "이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용대출로 몰리면서 부채 구조가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이 있지만, 신용대출은 거의 전액이 은행 리스크로 남는다"며 "상환 능력 평가가 어려운 차주가 늘어날수록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 급증을 단순히 수요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오히려 실수요자의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나타난 왜곡된 풍선효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정부가 총량에만 집중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 사항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시장 안팎에서도 전세가격 상승과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서민층의 '이중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주거 안정보다는 불안 확대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큽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은행의 신용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회수 기간이 짧아 가계에도 부담이 된다"며 "신용대출의 대출 가액이 주담대보다 적어 제2금융권이나 조건이 불리한 곳에서 차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시경제적으로 리스크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쉽게 말하면 '풍선효과'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주택대출을 막으니 신용대출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결국 소비 여력이 줄어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부분적 규제는 풍선효과를 낳는다"며 "주담대를 조이면서 신용대출을 방치하면 가계부채의 구조가 더 취약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단순히 대출을 '조이기'보다, 어떤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질'을 관리해야 한다"며 "신용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서민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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