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열흘 차이로 유치원 못 가는 아이
2025-11-07 06:00:00 2025-11-07 06:00:00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다. 내년이면 어린이집 형님들이 초등학교로 진학한다. 6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유치원으로 옮길 계획이었고,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도 시설과 교사 모두 만족스러워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문제는 둘째였다. 내년에 네 살이 되는 둘째의 생일이 3월10일이기 때문이다. 불과 열흘 차이로 유치원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현행 지침상 2023년생 중 1월1일부터 2월28일 출생자까지만 조기 입학이 가능하다. 단지 열흘의 차이로 같은 교육 환경을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아쉽기만 했다. 
 
국가가 입학 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 효율성과 교육과정의 체계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은 숫자와 달력으로 재단할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은 자극과 환경, 경험에 따라 성장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제도는 여전히 생일 기준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아이를 구분한다. 이로 인해 단 며칠 차이로도 발달에 맞는 교육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아이들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굳이 과거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할 필요가 있을까. 카이스트 캠퍼스에서는 한 학년 안에도 나이가 제각각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같은 수업을 듣는 이유는 그 교육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의 발달 단계와 환경을 고려한 유치원 입학 기준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축제에 참여한 유치원생 모습. (사진=뉴시스)
 
 
유치원 입학도 마찬가지다. 단지 부모가 “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가 이미 그 발달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유연하게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기준은 절대선이 아니라 방향이어야 한다. 제도의 기준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선이 되어선 안 된다. 기준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틀이지,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발달 검사나 담임 교사의 추천을 통해 조기 입학 가능성을 판단하거나 상담과 절차를 통한 탄력적 반영 제도를 마련한다면, 아이의 개별성과 부모의 현실적 여건이 함께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가정의 요구가 아니라 ‘아이 중심’ 교육 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사회적 과제다. 
 
아이의 시간에 맞춘 사회를 위하여 10일 차이로 유치원을 가지 못하는 사례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아이의 시간을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다. 정해진 날짜가 아니라 아이의 발달 단계와 환경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할 때, 진정한 교육 복지의 실현이 가능하다. 
 
행정은 효율로 움직이지만, 교육은 사람으로 움직인다.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아이의 시간에 맞추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람 중심 국가’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정원 쉼표힐링팜 CEO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