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하루 7천보, 건강 수명을 위한 '골든 넘버'
2천보 대비 사망률 47% 감소, 심혈관질환·치매·우울증 모두 예방
"1만보 신화보다 과학적", 하지만 1만보 사망률 10% 추가 감소 효과
2025-07-29 10:19:29 2025-07-29 14:15:12
걷기의 건강증진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하루 7000보로 충분합니다"…사망률 47% 감소 
 
하루에 몇 걸음을 걸어야 건강해질까? 많은 분들의 관심사입니다. 수십 년 동안 세계 보건 당국과 웨어러블 업체가 내걸었던 '1만보' 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57개 연구(총 35개 코호트, 24개는 메타분석 포함)를 종합한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분석 결과, 하루 7000보가 가장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건강 지표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딩 딩(Ding Ding)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하루 걸음 수가 ▲전체 사망률(all-cause mortality) ▲심혈관질환(CVD) ▲당뇨병 ▲암 ▲치매 ▲우울증 ▲낙상 위험 ▲신체 기능 저하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7월23일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준선(2000보/일) 대비 7000보를 걸었을 때의 핵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사망률 47% 감소, 심혈관질환 발생률 25% 감소, 치매 발생률 38% 감소, 암 사망률 37% 감소, 우울 증상 위험 22% 감소, 낙상 위험 28% 감소. 
 
이 연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하루 4000보만으로도 사망률은 36%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적은 양의 신체 활동도 상당한 보호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보 걷기'는 과잉?… 추가 효과는 있지만 제한적
 
이번 연구는 만보 걷기(1만보/일)를 목표로 하는 대중적 건강 캠페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합니다. 연구진은 "1만보도 유효한 목표지만, 그 이상의 건강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7000보 대비 1만보를 걸었을 때 전체 사망률은 10% 추가 감소에 그쳤고, 당뇨병·암 발생률 등의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걷는 양이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은 일부 항목에만 해당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치매 예방이나 우울증 저감 효과는 1만보 이상에서도 꾸준히 관찰되었으며, 1만2000보 수준에서는 사망률이 최대 55%까지 감소하는 등 일부 영역에서는 고강도 걷기가 유익할 수 있습니다. 
 
하루 5000보에서 효과 급상승…연령과 기기별 차이도
 
건강 효과는 5000~7000보 사이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사망률·심혈관질환·낙상 등에서는 비선형(non-linear) 관계가 나타나, 일정 수준을 넘기면 효과 증가 폭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5000보 수준에서도 효과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젊은층에서는 일정 수준(약 5400보) 이상에서 효과가 둔화됐습니다. 또한 가속도계(accelerometer)를 착용한 측정에서는 비선형적 경향, 만보기(pedometer)는 선형적 경향이 나타나 측정 방식에 따라 권장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신 건강·낙상·신체 기능…보폭보다 '빈도'가 중요
 
이번 연구는 걷는 '양' 이외에 걸음의 속도도 함께 분석했지만, 대부분의 질병에서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걸음 수가 일정 이상일 경우, 속도보다는 걸음 수 자체가 건강 결과에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정신 건강과 관련해선 긍정적 결과가 있었습니다. 하루 평균 걸음 수가 많을수록 ▲우울 증상 발생률이 낮고 ▲인지기능 유지율이 높았으며, 치매 발생 위험은 약 3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건강관리의 팁을 넘어, 전 세계 보건 정책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근거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이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호주 보건부의 신체활동 권고 지침 개정을 위한 핵심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딩 딩 교수는 "7000보는 과학적·현실적 기준으로, 체력에 따라 4000보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누구나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공해야 공중보건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걷기는 비용 없이 가능한 최고의 예방의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최소 기준으로 7000보를 채우되, 여력이 된다면 1만보도 의미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는 적은 걸음이라도 상당히 의미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모두에게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A) 전체 사망률 (B) 심혈관 질환 발생률 (C) 심혈관 질환 사망률. (D) 암 발생률 (E) 암 사망률 (F) 제2형 당뇨병 (G) 치매 (H) 우울증 증상 (I) 낙상 HR 1.0에 위치한 점선 수평선은 노출이 결과의 위험을 기준점 대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지 않는 임계점을 나타냄. 하루 2000보에 위치한 수직선은 기준점을 나타냄. (사진: The Lance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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