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종잇장보다 얇고 근육처럼 강한 초슬림 로봇 개발
포스텍 연구진, 의료·산업·가정용 로봇 기술의 새 지평 열어
2025-07-30 10:31:30 2025-07-30 14:04:55
'마이오신(Myosin)'의 운동 원리에 착안해서 만든 로봇 스킨 액추에이터(RSA, Robot Skin Actuator). 전기, 공압, 유압 등의 에너지를 기계적 움직임으로 변환하여 로봇의 관절이나 부위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구동 장치로, 다양한 환경에 맞춤형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Nature Communication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김기훈·정완균 교수와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 신형곤 박사(전 POSTECH 박사과정) 연구진이 인체 근육 단백질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로봇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종이처럼 얇고 유연하지만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시트형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7월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습니다. 좁은 배관을 기어다니거나, 정밀한 수술 도구로 활용 가능한 미래형 로봇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근육 단백질이 답이었다"…유연성과 힘, 두 마리 토끼 잡아
 
지금까지의 로봇은 '딱딱한 금속'과 '거대한 관절'이 상징이었습니다. 이런 기존 로봇 기술은 단단한 금속 구조를 기반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정교한 움직임이나 비좁은 틈을 통과하는 데는 제약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술용 로봇이나 산업 현장용 점검 로봇처럼 섬세함과 기동성이 모두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적절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POSTECH 연구진은 생체 근육의 핵심 단백질인 '마이오신(Myosin)'의 운동 원리에 주목했습니다. 마이오신은 작은 힘을 반복적으로 내어 큰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모방해 개발된 시트형 로봇은 두께 수 밀리미터의 얇은 시트 내부에 수십 개의 미세한 공기주머니와 다채널 공기 통로를 집적한 구조입니다. 
 
공기를 주입하는 순서와 압력을 정밀하게 제어하면, 표면의 돌기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체 로봇이 기어가듯 이동합니다. 애벌레의 움직임과 유사하지만, 전통적인 바퀴나 관절이 없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돌기 기반 운동' 메커니즘은 로봇이 구부러진 상태에서도 전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밀 수술에서 배관 청소까지…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가능성
 
연구진은 다양한 응용 실험을 통해 로봇의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얇은 로봇 시트는 사람 손가락처럼 섬세한 움직임으로 작은 물체를 다루는 데 성공했으며, 수중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물속 물체를 옮기는 데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특히 기존 로봇이 진입하기 어려웠던 좁은 배관 안을 통과하며 내부를 청소하는 기능은 산업계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연구팀은 이 독특한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모델링 시스템도 함께 구축했습니다. 이 수학적 모델은 향후 다양한 구조 설계나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 자동화에 핵심적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로봇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내시경이나 수술 로봇의 새로운 형태로, 산업 현장에서는 배관 점검·정비 로봇으로, 일상에서는 가정용 청소·돌봄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성과는 얇고 부드러운 구조체에 정교한 3차원 공압 시스템을 내장하고, 이를 통해 생체 모사 기반의 다방향 동작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수술, 산업 협업, 탐사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선도연구센터 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습니다. 
 
RSA의 구조 및 제작. (사진=Nature Communications)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