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SK하이닉스가 상반기 2조7000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후 공제액 등이 확정 반영되지 않은 액수지만 반도체 산업 호황 등에 힘입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법인세 납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16일 재계에서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별도 기준 상반기 ‘법인세 비용’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조7717억원으로 계상됐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은 1조2087억원이었는데 2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외국에 세금을 내는 해외 현지 법인이나 자회사 등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상 이익을 기준으로 합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15조2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기업들이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정부 세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 국세수입은 190조원으로 전년보다 21조5000억원(12.7%) 증가했습니다. 이중 법인세 수입은 45조원으로 14조4000억원(46.9%) 증가했습니다. 아직 공제액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단순 계산 시 상반기 정부 법인세 45조원 중 6%가량을 SK하이닉스가 채우는 셈입니다.
상반기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법인세 비용을 많이 계상한 기업은 기아입니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9089억원을 법인세 비용으로 집계했습니다. 이어 현대차(8222억원), SK㈜(6006억원), 한국전력(5081억원) 등 순이었습니다. 2023년 영업적자 11조5263억원을 낸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법인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법인세 비용은 165억원으로 계상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도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21조33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3조630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법인세 납부 상위 5개사는 SK하이닉스에 이어 현대차(3조433억원), 한국은행(2조5782억원), 기아(2조825억원), 현대모비스(5351억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 증가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등에 따른 성과가 꼽힙니다. 반도체 분야 독주 체제를 끌고 있는 상황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법인세 납부 규모도 커졌다는 평가입니다.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으로 전년보다 법인세 납부 규모도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으로 추가적인 메모리 점유율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선도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 강화가 실적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I 메모리 신제품인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하는 등 경쟁 우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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