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ROADS 시뮬레이션. (사진=Climate Interactive 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MIT가 기후 리터러시에 활용하는 En-ROADS 및 자매 프로그램인 ‘세계 기후 시뮬레이션(World Climate Simulation)’은 세계의 많은 대학들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MIT처럼 신입생이나 특정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기후 리터러시(Climate Literacy) 교육을 도입한 유사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로웰(UMass Lowell)은 MIT와 유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인문사회과학대학 비롯한 단과대학들의 모든 1학년 신입생에게 '세계 기후 시뮬레이션' 참여를 의무화하여, 전공과 상관없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조기에 학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의 존슨 MBA 과정에서는 En-ROADS 시뮬레이션을 핵심 커리큘럼에 통합했습니다. MIT 슬론(MBA)의 사례처럼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가 될 학생들이 기후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하도록 훈련시킵니다.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Tech)는 대학 차원의 'Serve-Learn-Sustain(봉사-학습-지속)' 이니셔티브를 통해, 수천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세계 기후 시뮬레이션' 워크숍을 운영하며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공학적, 정책적 접근을 모색합니다.
프랑스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HEC 파리(HEC Paris) 역시 MBA 및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이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기후 교육을 제공합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는 ‘기후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학부생이 전공과 무관하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커리큘럼을 전면 개편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기후 리터러시 과정에서 En-ROADS 같은 글로벌 기후·에너지 정책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구성 원리나 운영 원칙을 살펴봅니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을 기초로 작동하는 En-ROADS
En-ROADS는 복잡한 기후-에너지-경제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시스템 다이내믹스’입니다. 우선 이 모델은 수십 년간 축적된 물리학, 화학, 경제학 논문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등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학문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일정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En-ROADS의 기반 원리는 '시스템 다이내믹스'입니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 내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실제로 실행해 보면 상호 연결성과 인과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체득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상호 연결성은 에너지, 경제, 기후, 토지 이용 등 개별 분야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의 법칙이 온전히 구현됩니다.
인과관계 및 피드백의 좋은 사례는 탄소세와 관련된 실행입니다. 탄소세를 도입하면, 화석연료 가격이 올라가고,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나며,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는 복잡한 인과관계와 피드백 효과를 수학적 방정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하나는 시간 지연 효과입니다. 정책을 오늘 시행해도 그 효과가 기후 시스템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시간 지연(Time Delay)' 효과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En-ROADS의 목표는 구체적 ‘예측’이 아닌 ‘통찰력’
En-ROADS는 사용자가 ‘정책 결정자’가 되어 다양한 정책 수단(Lever)을 조작하면, 그 결과가 2100년까지의 지구 온도 변화 등으로 즉각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사용자가 슬라이드 바를 움직여 조절할 수 있는 ‘정책 레버(Levers)’는 18개 이상의 주요 정책들입니다.
▲에너지 공급: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금;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보급 속도; 원자력, 바이오에너지 정책
▲에너지 수요(효율): 운송 부문(전기차 보급 등); 건물 및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가격: 전 세계적인 탄소세 도입 또는 배출권 거래제 강도
▲토지 이용 및 식량: 산림 파괴 속도 조절; 신규 조림(나무 심기); 메탄 등 기타 온실가스 감축(주로 농업)
▲탄소 제거 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공기 중 탄소 직접 포집(DAC) 기술 도입
이들 가운데 하나의 레버를 움직이면 시스템 전체가 재계산되어 아래와 같은 핵심 결과들이 그래프로 즉시 업데이트됩니다. 여기서 핵심 결과는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예: 섭씨 2.7℃)’입니다. 얻어지는 세부 결과들은 세계 에너지원별 소비량 변화,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 해수면 상승 높이, 대기 중 이산화단소 농도, 해양 산성도 등입니다.
사용차가 이 과정에서 얻는 것은 구체적인 ‘예측’이라기 보다는 ‘통찰력’입니다. 시뮬레이션 개발자들은 En-ROADS가 ‘미래를 정확히 맞추는 예측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신에 ‘만약 우리가 이런 정책을 편다면, 기후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정책 시나리오에 따른 통찰(Insight)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얻게 되는 또하나의 교훈은 전기차 보급만 하거나 나무만 심는 방식으로는 결코 2℃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며, 다양한 정책 조합이 동시에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진행자와 En-ROADS 기후 대사들이 전 세계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각 마커는 개최된 En-ROADS 워크숍 또는 게임을 나타낸다고 공개합니다. 이 En-ROADS 시뮬레이션에 이미 세계 166개국 35만 여명이 참여했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토록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 참여가 통찰력의 확장과 정책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n-ROADS에 참여한 이벤트 수와 참가자 수. (사진=Climate Interactive 화면 캡처)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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