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섭취 습관은 최고인데 움직임은 최저.’ OECD가 내놓은 통계는 극단적 대비를 드러냈습니다. 이 극적인 역설은 한국인의 생활 습관과 도시 환경, 일·여가 구조가 어떻게 양극화돼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국은 채소섭취량은 세계 1위인 데 반해 신체활동은 세계 꼴찌 국가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상추 등 잎채소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OECD가 발표한 <한 눈으로 보는 건강(OECD Health at a Glance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OECD 32개국 평균의 하루 채소 섭취율은 59%입니다. 그러나 한국·호주·뉴질랜드는 모두 95%를 넘으며 압도적으로 1위권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99%(추정치 기준, 사실상 전 국민이 하루 한 번 이상 채소 섭취), 호주·뉴질랜드는 95~98%, OECD 평균은 59%, 최하위권인 룩셈부르크·튀르키예·루마니아는 41%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채소 식습관, '빈도' 아닌 '양' 기준
WHO는 성인이 하루 최소 400g(5회분) 이상의 과일·채소를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한국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세계적 채소 강국’입니다. 특히 한국의 ‘채소 편중형 식습관’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비만 억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OECD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수치는 ‘빈도 질문’이 아닌 ‘섭취량 질문’에서 도출돼 실제보다 약간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석을 달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절대적인 1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1위의 채소 섭취 그래프와 달리, 한국의 신체 활동 그래프는 가장 아래에 있습니다. 2022년 기준 OECD 38개국 중 성인의 50% 이상이 WHO 권고 운동량(주 150분 중강도 또는 75분 고강도)을 채우지 못했다고 답한 국가는 네 곳뿐이고, 한국이 최하위입니다.
2023년(또는 가장 가까운 연도) 기준 15세 이상 인구의 일일 채소 섭취 인구 비율. 한국은 1위를 기록했다. (이미지=OECD)
2022년 성인의 신체 활동 부족 인구 비율.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미지=OECD)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운동 부족’이라는 응답자가 11%로 세계 최고 수준의 활동 국가이고, OECD 평균은 그 수치가 30%인데 한국·포르투갈·일본·코스타리카는 운동 부족이 50% 이상으로 OECD 최하위권입니다. 여성의 활동 부족 비율은 32%로 OECD 평균보다 높은데, 한국은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기준에 미달합니다. OECD는 “걷기나 자전거 인프라 부족, 장시간 노동, 과도한 자가용 승용차 이용, 높은 좌식 라이프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운동 기준 미달
‘움직임 결핍’이나 운동 부족은 심혈관질환, 비만과 당뇨,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을 키우며 의료비 부담을 키웁니다. 한국이 채소 섭취에서는 세계적 모범국임에도 운동 부족에서 최하위권인 것은 앞으로 건강·경제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잘 먹는 나라에서, 잘 움직이는 나라로.” OECD가 한국에 보낸 메시지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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