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머리카락 1/100 굵기 초박막으로 전자파 100배 차단
GIST·서울대 연구팀, 세계 최고 성능 ‘EXIM 차폐막’ 개발
2025-11-03 17:03:34 2025-11-03 17:16:35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전자파 간섭(EMI·Electromagnetic Interference)을 머리카락 굵기의 1/100 수준으로 얇은 막으로 완벽히 차단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자파 간섭은 전자기기의 오작동과 통신 오류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돼왔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연한울 교수팀과 서울대 주영창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한 초박막 전자파 차폐막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0월29일 온라인판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두께가 얇아질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전자파 차폐의 고질적 한계를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699-0 EXIM 차폐막 이미지. 2차원 물질인 맥신과 3차원 물질인 금속 박막이 적층된 모습. (사진=GIST)
 
1~2에서도 100배 이상 성능 향상
 
연구진은 금속과 2차원 물질 ‘맥신(MXene)’을 결합한 새로운 이종 접합 구조를 설계해, 두께 1~2마이크로미터(μm)에서도 기존 대비 100배(20 데시벨 이상) 향상된 전자파 차폐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50~1/100 수준으로, 초소형·초경량 전자기기에도 적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맥신은 금속과 탄소(또는 질소) 원자층이 교대로 쌓인 2차원 세라믹 물질로, 전기전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금속 박막 사이에 삽입한 ‘EXIM’ 구조를 고안했습니다. 금속층이 전자파를 가두는 벽 역할을 하고, 내부의 맥신층이 전자파를 산란·흡수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다공성(多孔性) 차폐막이 미세 기공을 통해 성능을 높였던 것과 달리, 이번 기술은 기공 없이 균질한 적층 구조로 고성능을 구현해 반도체 공정 호환성도 확보한 것입니다. 
 
얇은 소재의 취약점인 산화·습기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연구진은 20나노미터(nm) 두께의 크롬-알루미늄 보호층(캐핑층)을 적용해, 85℃와 85% 상대습도 환경에서도 48시간 이상 부식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맥신 두께를 1μm에서 200nm로 줄여도 성능이 거의 유지됐으며, 계면에 4nm 유기막만 삽입해도 성능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금속–맥신 접합 계면의 품질’이 성능의 핵심 변수임이 실험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고온·습기에도 강한 ‘환경 내구성’
 
EXIM 차폐막은 실제 반도체 칩과 유연 전자소자(flexible device)에 적용해 실용성을 입증했습니다. USB 3.0 플래시 드라이브의 IC 칩에 적용한 결과, 블루투스 스피커의 신호 간섭이 완전히 제거됐습니다. 또한 아연산화물(ZnO) 기반 플렉서블 다이오드에서는 전자파로 인한 전류 변동이 기존의 20분의 1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두께 1~1.9μm의 EXIM 차폐막은 기존 16μm 알루미늄 호일보다 훨씬 얇고 유연하면서도, 군사용 기준(60dB 이상)을 뛰어넘는 70~80dB 수준의 초고성능 차폐를 달성했습니다. 
 
연한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파 차폐재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두께-성능 딜레마’를 근본적으로 극복한 성과”라며 “극도로 얇고 유연하면서도 탁월한 성능을 지닌 기술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스마트기기·플렉서블 전자소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측면에서는 EMI 차폐 필름 시장이 스마트기기, 전기차, IoT 기기 확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은 경량화·고성능·유연화라는 시장 요구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성과가 상용화되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과 웨어러블, 자율주행차 전장부품, 항공·국방 산업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는 GIST 연한울 교수팀, 서울대 주영창 교수팀 외에 고려대 김명기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성수 박사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습니다. 
 
임삼진 뉴스토마토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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