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눈 혈관 나이가 당신 나이"
캐나다 연구진, 노화속도 추적 가능성 입증
2025-11-05 09:53:49 2025-11-05 14:11:55
“눈은 영혼의 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맥매스터대(McMaster University) 연구진이 “눈은 나이의 창”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연구진은 ‘눈 속 미세 혈관망’을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속도와 심혈관 건강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혈액·유전체 분석 대신, 간단한 망막 스캔만으로도 노화와 질병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연구진은 눈의 혈관 패턴이 생물학적 노화과 심혈관 건강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10월24일 발표한 연구에서 캐나다 연구진은 “망막 혈관의 분기 수와 구조가 단순할수록 심장질환 위험과 노화속도가 빠른 경향이 뚜렷했다”라며 “특히 염증성 혈액 단백질과의 연계를 통해 노화의 분자 기전을 부분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7만여 명 데이터로 입증
 
연구진은 캐나다 노화종단연구(CLSA), 영국 바이오뱅크(UKBB), PURE 코호트 등 4대 국제 연구에서 수집된 7만4천명 이상의 망막 영상·유전자 지도·혈액 단백질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혈관의 분기 구조가 단순할수록 전신 혈관 건강이 더 나쁜 상태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망막이 몸 전체 혈관계를 반영하는 ‘거울’임을 확인해준 것입니다. 특히 염증 수치가 높고 수명이 짧은 경향의 집단일수록 망막 혈관이 가지가 적고 직선에 가까웠고, 혈액 단백질 중 MMP12, IgG-Fc 수용체 IIb 등이 항노화 기전과 반대로 활성화되었으며, 심혈관질환, 당뇨, 뇌졸중 위험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지난 6월 대구 중구 서문교회에서 열린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이 돋보기 지급을 받기 위해 시력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구 책임자인 마리 피제르(Marie Pigeyre) 교수는 “노화와 혈관 기능 저하는 같은 생물학적 축에 있다”며 “망막 혈관 구조 변화는 단순한 안과 소견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혈관 노화의 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심장질환, 치매, 뇌졸중 등 노화성 질환은 대부분 ‘말초 미세혈관 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망막 영상 분석은 질병을 조기에 감지하고 예방적 개입을 설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망막스캔으로 노화 관리 가능
 
지금도 망막 스캔은 이미 안과 질환, 예를 들면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을 감시하는 데 널리 쓰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 기술의 활용범위를 전신 노화와 혈관질환 관리까지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병원을 방문해 간단한 눈 검사를 받고, 그 결과로 심장 건강과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정밀 혈액검사·염증 마커 분석을 대신할 수 있다면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예방의학·공중보건 체계가 한층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눈에는 우리의 건강이 그대로 투영된다. 눈의 구조. (사진=NIH)
 
노화 단백질 실마리 도출
 
연구진은 혈관 구조 변화를 유도한 분자적 원인도 밝혀냈습니다. 항노화 기전과 반대로 활성화되는 노화 단백질 가운데 MMP12는 노화 과정에서 증가해 혈관 벽을 약화시킨다는 것과, IgG-Fc 수용체 IIb는 혈관 염증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러한 발견은 심혈관질환에 관여하는 노화 관련 면역 및 염증 경로를 완화하여 장수를 촉진하기 위한 IgG–Fc RecIIb 및 MMP12 표적 전략의 길을 열어준다”고 썼습니다. 
 
피제르 교수는 “이 단백질들은 향후 신약 개발에서 ‘혈관 노화 억제제’ 타깃으로 유망하다”며 “약물이 성공한다면 수명을 연장하고 심혈관질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눈을 통해 전신을 진단’하는 미래 의료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것을 만능 지표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압구정안과 김준현 원장은 “망막 스캔 기반 질병 예측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당분간은 보조적 도구일 것”이라며 “유전자·생활습관·환경 등 복합 요인을 분석하는 정밀의학과 통합해서 접근해야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