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메모리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D램, 낸드 등 메모리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가격 급등과 더불어 공급 부족까지 벌어지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IT 업체들의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저가 제품 출하량 조정 및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점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과 노트북 생산량은 각각 2%,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초 내년 생산량이 각각 0.1%,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입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거나 메모리 소매 가격이 더 상승한다면 전망치를 추가 하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메모리 가격은 폭등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각각 1.35달러, 2.18달러였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달 말 가격이 7달러, 4.35달러로 올랐습니다. D램은 5배, 낸드는 2배 치솟은 셈입니다. 특히 D램은 현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DDR4 기준 지난달 말 현물 가격은 지난 9월 13.2달러에서 지난달 25.5달러, DDR5는 같은 기간 7.7달러에서 15.5달러로 2배가량 뛰었습니다.
시장에서 D램 재고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DS부문 제품 및 상품 재고자산은 3조4042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3944억원 대비 36.9% 감소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3분기 제품 및 상품 재고자산이 2조1522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5211억원 대비 3689억원 줄었습니다.
이같은 ‘메모리 품귀’ 현상에 글로벌 기업들도 본격적인 재고 확보에 나섰습니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에이수스와 MSI는 현물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메모리 사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자오 하위진도 실적 발표회에서 “메모리 칩 공급의 불확실성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주문과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스마트폰은 전년 연간 평균 대비 가격이 약 2%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 역시 아이폰17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제품 가격을 전작 대비 약 10만원씩 올렸습니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제조원가 중 메모리 차지 비중이 기존 10~18%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넘어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닉 우 에이수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해 “필요에 따라 제품 믹스와 제품 가격 책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T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단숨에 물량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저가 제품의 타격이 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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