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불장 속에서도 대어급 공모 부재에 시달리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케이뱅크와 LS그룹 계열 에식스솔루션즈가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 나선 데 이어 무신사 등 몸집 큰 후보들이 공모 채비에 나서면서 위축됐던 유가증권시장 IPO 수요가 재가동되는 분위기입니다.
올 들어 신규상장 예비심사 신청 건수(스팩 제외)는 △1월 6건 △2월 3건 △3월 5건 △4월 11건 △5월 7건 △6월 7건 △7월 15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8월 5건 △9월 4건 △10월 4건으로 저조한 신청 수를 이어갔는데요. 이달 들어 9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LS그룹의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각각 지난 10일과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인터넷 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이번 상장 도전은 세 번째입니다. 앞서 2023년2월 투자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보다 부진해지자 상장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번이 '삼수 도전'인 데다 직전 상장 추진 때 시장에서 총공모주식 수가 많아 물량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관측도 나왔던 만큼, 이번 도전 때는 공모가를 낮추는 등 공모 구조를 일부 개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대기업그룹의 중복 상장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 주요 과제입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지난 2008년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90년 된 미국 기업을 인수한 사례로, 전력 인프라용 에너지 권선(magnet wire·코일 형태로 감긴 전선)의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합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등을 위한 특수 권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경우 지배 구조상 지주사 LS의 '증손자회사'에 해당하지만, 그룹 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권선 사업 분야의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되면 지주사 LS의 기업가치가 희석돼 기존 LS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러나 LS 측은 세계 1위 권선 기업인 에식스솔루션즈가 국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해 이익이 극대화되면, 그룹 전반의 미래가치가 올라가 결과적으로 모회사인 LS 주주에게도 추가 배당 등의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밖에도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하는 무신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고,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CJ올리브영 등도 조만간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소형 기업들도 이달 들어 바쁘게 상장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4개 기업이 상장하고 열 곳에 가까운 기업들이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광학부품 업체 지난 17일 그린광학, 이날 더핑크퐁컴퍼니에 이어 오는 20일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 씨엠티엑스, 21일 과학장비 부품 업체 비츠로넥스텍이 잇달아 코스닥시장에 상장합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IPO 시장은 지날달의 관망세에서 벗어나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7월 이후 IPO 시장에 적용되는 다양한 규정이나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에스투더블유 및 명인제약의 성공적인 IPO 영향으로 본격적인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앞 황소 동상.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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