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도약, 중벤스로)②'융자에서 투자로'…중벤스 키우는 정책금융 대전환
벤처투자 회복 뒤에 드러난 성장·회수 병목
융자·보증 중심 정책금융, 민간자본·엑시트 한계
'벤처 4대 강국'의 관건은 투자·회수 구조 개편
2026-01-02 06:00:00 2026-01-02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중소·벤처·스타트업(중벤스)을 경제 성장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역할을 단기 유동성 공급 중심에서 기업 성장 전 주기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출과 보증 위주의 정책금융으로는 성장 정체와 회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책금융의 기능 전환 필요성이 관계 부처와 시장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 저변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투자 이후 성장과 회수 단계까지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25년 12월16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2025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송년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 반등에도 성장·회수 단계는 여전히 공백
 
2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1조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늘었고, 2021년 이후 이어지던 감소 흐름에서 벗어나 반등했습니다. 투자받은 기업 수도 4697개로, 벤처투자 집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투자 회복과 달리 정책금융의 설계 구조에서는 한계가 여전히 드러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6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 계획을 보면, 전체 4조4313억원 가운데 4조643억원이 직접 융자, 3670억원이 민간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이차보전 방식으로 편성돼 정책자금의 형태 자체는 여전히 대출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기업이 성장 단계로 진입할수록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출과 보증은 창업 초기 기업에게는 중요한 마중물이지만, 스케일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는 부채 비율을 높여 추가 자금 조달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단계에서 고금리 대출과 상환 부담이 겹치면 기업의 혁신과 글로벌 확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책금융도 기업의 성장 속도와 자금 성격에 맞춘 지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벤처투자 흐름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4년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9.5% 늘었지만,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 투자는 2조2243억원으로 17% 감소했습니다. 반면 업력 7년 초과 후기 기업 투자는 6조3663억원으로 23.3%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등 회수 경로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새로운 기업 발굴보다는 검증된 기업의 스케일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며 "투자 이후 회수 가능성이 높은 기업 위주로 자금이 쏠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자금은 막히고, 회수 출구는 좁다
 
민간자본 유입 구조 역시 한계로 꼽힙니다. 그동안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민간자금은 정부가 일정 비율을 출자하고 민간이 이를 매칭하는 모태펀드 구조를 통해 주로 유입돼왔습니다. 금융회사의 직접 지분투자는 위험가중치(RW) 적용과 지분 보유 한도 등 건전성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은행권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비상장주식 장기 보유시 RW를 400%에서 250%로 낮추고 정책 목적 펀드에는 100% 특례를 적용하는 등 개편에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회수 시장의 병목 역시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모태 출자펀드 회수 구조를 보면 장외매각이 56.2%, 기업공개(IPO)가 32.1%로, 회수 경로가 일부 출구에 집중돼 있습니다. 투자 단계에서는 창업 7년 초과 후기 기업 비중이 53.3%로 가장 높아 검증된 기업을 중심으로 한 후속 투자가 늘고 있지만, 회수 단계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된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딥테크 모두 드러난 자금 괴리…정책금융 전환이 관건
 
지역 격차 역시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모태 출자펀드 기준 작년 2분기 누적 투자에서 수도권 비중은 76.6%에 달한 반면, 비수도권은 19.6%에 그쳤습니다. 정책금융이 벤처 생태계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성장 자금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스타트업은 투자 이후 단계에서 금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벤처 생태계의 공간적 확장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5극 3특' 체계를 중심으로 10대 창업도시를 조성하고, 3조5000억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를 마련해 지역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같은 자금 구조의 불균형은 지역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국가 전략 딥테크 분야에서도 자금 수요와 실제 금융 지원 사이의 괴리는 뚜렷합니다. 2024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38% 늘며 외형상 투자 확대가 나타났지만,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초기 매출이 제한적인 딥테크 기업 특성상 단기 상환을 전제로 한 대출·보증 중심의 현 구조로는 중장기 자금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는 최근 벤처투자촉진법과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을 개정해 모태펀드 존속기간을 연장하고, 모든 법정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AI·딥테크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 기반을 넓히는 한편, 투자 의무 규제 완화와 연대책임 제한, 스톡옵션 제도 개선 등 벤처 생태계 전반의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25년 12월24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제13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벤스가 기술과 혁신을 통해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성장 주체라는 인식 아래 정책금융 역시 대출 중심 지원을 넘어 투자와 회수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국내 벤처 생태계 구조상 회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을 활용해 코스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벤처 4대 강국 대책에 포함된 M&A 지원과 세컨더리·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통해 중간 회수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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