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순위에서 각각 2·3위를 기록하며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기존 3위였던 인텔을 제치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에 실적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분야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비디아(매출 1257억300만달러)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 2·3위에 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725억4400만달러, SK하이닉스는 606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까지 3위였던 인텔(매출 478억8300만달러)을 앞지르며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이 같은 순위 변동은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 급증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3사’로 분류되는 마이크론은 매출 414억8700만달러로 5위를 기록하며 인텔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메모리, 특히 D램을 중심으로 한 호조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148조원,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은행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5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 수요 확대에 따른 D램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양사의 영업익 합계가 3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메모리 외 분야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구조적 과제로 지적됩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및 고급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대만(TSMC)에 대한 기술 종속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에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 내재화와 동시에 메모리 기술 고도화 및 수직통합 강화를 통한 경쟁력 유지가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인 투자 여건을 고려해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아우르기보다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이 팹리스 분야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나마 점유율이 있는 파운드리 분야를 강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중장기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최 교수는 “최근 다른 주목받는 다른 칩들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인 로봇, 자율주행 같은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기반이 갖춰진 만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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