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쓴소리와 헤어질 결심
2026-01-30 06:00:00 2026-01-30 06:00:00
유튜브에서 유재석과 초등학생이 나오는 한 영상을 보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유재석이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뭘까요?”라고 묻자, 초등학생은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고 대답한다. 잔소리든, 충고든 그냥 안 하는 게 낫다고 한다. 초등학생조차 쓴소리는 듣기 싫다. 권력자는 오죽하겠는가. 양약은 쓰지만, 먹지 않으면 아프거나 죽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쓴소리는 안 들어도 당장 죽지도, 나라가 망하지도 않는다. 
 
후대 사람들은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옛 충신들을 널리 칭송하고 기린다. 하지만 당대에 그들 대부분은 죽임을 당하거나 큰 고초를 겪었다. 눈치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한 자들은 늘 권력에서 내쳐졌고, 역린을 건드린 경우에는 삼족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만수무강과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쓴소리를 멀리 해야 한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냉혹한 진실이다. 한 생이 그리 길지 않다. 
 
권력 주변에는 늘 아첨꾼이 득세한다. 태생이 아첨꾼이어서가 아니라 초등학생조차 아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것뿐이니, 그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성군이든 혼군이든 폭군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다름이 없다. 『논어』에 이르기를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 했으니, 쓴소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10여년 전 동지로서의 충정으로 한 저명인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시정을 청했다. 지금 그는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스타가 되었다. 덕분에 그와 나는 절연(絶緣)했다. 침묵이 불필요한 드라마보다 나았다. 
 
나로 말하자면 나이가 들고 세상살이가 쌓일수록 자기 검열 강박이 심해졌다. 칼럼을 쓸 때는 물론이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하나를 누를 때조차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고, 지배적 의견과 정서를 추종한다. 하나의 목소리만 있고, 다른 목소리는 설 자리가 없다고들 푸념하지만,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쓴소리는 늘 술자리 또는 익명의 뒷담화로만 남는다. 관계가 틀어지면 누설된 쓴소리는 비수가 된다. 성정이 술자리 여포(呂布)나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쓴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클라이언트가 될 수도 있었을 어떤 이와 저녁 자리를 가졌다. 조금 과했던 술이 자기 검열을 무디게 했고, 솔직하게 앞으로 전개될 자명한 일들을 예고하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알코올이 불필요한 날카로움을 불렀다. 상대방이 언짢아했다. 그가 나의 클라이언트가 될 가능성은 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악마가 유혹할 인간을 찾아다니다가 바쁠 때에는 대신 술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금주할 결심이다. 다만 그가 나중에 나의 쓴소리를 떠올릴 때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방(劉邦)은 항우(項羽)보다 한발 앞서 진(秦)의 수도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말로만 듣던 진시황(秦始皇)의 화려한 아방궁을 보자 안주(安住)의 유혹에 휩싸였다. 오른팔이었던 번쾌(樊?)가 아직 적이 남아 있으니 궁궐을 나가 남은 적을 소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유방은 화를 내며 듣지 않았다. 참모였던 장량(張良)이 머뭇거리는 유방에게,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라고 간언(諫言)했다. 쓴소리를 하고도 죽임을 당하지 않은 드문 예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했다.
 
천경득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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