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세무당국 간 규제 시각이 엇갈리면서 해외 간편결제사의 국내 영업을 둘러싼 관리·감독과 과세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계인 알리페이(Alipay), 위챗페이(WeChat Pay), 유니온페이(UnionPay)와 미국계인 페이팔(Paypal) 등이 대상인데요. 금융당국은 이들을 '전자금융보조업자'로 보고 있지만, 세무당국의 규제는 '전자금융업자'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행정 공백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간편결제 관련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24년 1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록을 마치지 않은 해외 간편결제사업자를 국내 전자금융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소 전향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12일 확인됐습니다. 금감원은 "국회 사업자가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에 따라 허가·등록을 받은 전자금융업자를 위해 전자금융업무와 관련된 정보처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 전자금융보조업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법령 해석을 내렸습니다.
'전자금융보조업자'는 금융회사나 우리 금융당국에 등록한 국내외 전자금융업자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를 보조 △관련 업무 일부를 대행 △결제중계시스템 운영 등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통칭합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제3조에선 전자금융보조업자를 △정보처리시스템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자의 신용카드 승인·결제·자금정산에 관한 업무를 지원하는 사업자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은행업을 영위하는 자의 자금인출·환업무를 지원하는 사업자 △전자금융업무와 관련된 정보처리시스템을 해당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를 위해 운영하는 사업자 △위 나열된 사업자와 제휴·위탁 또는 외부 주문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보처리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금감원 해석을 감안할 때 이들 해외 간편결제사들을 전자금융감독규정 제3조에 따른 전자금융보조업자로 판단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계 법령이 미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사업자 등록을 피하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있는데, 반대로 금융당국의 법령 해석으로 부분적인 관리도 가능한 게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10년간 사실상 무규제
현재 알리페이,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페이팔 등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외국인 대상 영업은 전자금융업자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는 10여년 전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국내에 전자금융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국내 가맹점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 등에 따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사업자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로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10여년 전 해외 간편결제사들이 국내 진출을 검토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들의 국내 결제 시장 영향력이 매우 미미했기에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활동한다 할지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예외로 취급하고 사업자 신고 의무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해외 간편결제사들이 국내 PG·카드사 등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QR 결제 인프라를 빠르게 확산시키며 시장 영향력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특정 국가 사업자에게만 예외가 적용되는 기형적 구조가 나타나면서 국내 PG사와의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고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간편결제망 서비스 사업자인 알리페이플러스(Alipay+)는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200만개 이상 가맹점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알리페이의 국내 QR코드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 QR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결제수수료를 취득하면서도 사업자 등록을 합법적으로 피해가면서 과세당국이나 감독당국 차원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벗어나 지난 10여년간 한국에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5년 12월17일자 "(단독)알리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10년간 세금 '0원'" 참고)
'전자금융보조업자' 분류에도 비과세
조세법령은 전자금융업자만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어 금감원 법령 해석을 따르더라도 여전히 무등록 영업 상태인 해외 간편결제사들은 직접 규제 및 세금 부과 의무를 지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해외 간편결제사는 국내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전자금융업 등록을 완료해야만 관련 법령에 따른 관리·감독이 가능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조세당국은 부가가치세법 제75조에 따라 전자금융업자 또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정한 결제대행업체에게 가맹점 매출 확인을 위한 월별 거래 명세를 국세청장과 납세지 관할 지방국세청장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 등은 금감원 해석상 전자금융보조업자에 그치며, 부가가치세법상 의무 대상인 전자금융업자에 해당되진 않습니다. 따라서 부세법상 '국외사업자가 공급하는 경우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관련해 월별 거래 명세 제출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방패로 내세워 국내 가맹점 매출 자료 제출을 회피할 법적 명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해외 결제망을 이용하는 국내 가맹점의 실질 매출이 국세청에 포착되지 않아, 신종 거래 형태를 악용한 세원 누출 및 조세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과 세무당국 간의 해외 간편결제사를 규정하는 시각 차이가 행정적 공백을 더욱 벌리고 있단 견해도 더해집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사업자의 역할이 전자금융감독규정상 전자금융보조업자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제휴 회사의 책임 규율과 더불어 간접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한지 등에 대하여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이와 관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살펴봤던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는 2014년 유권해석 당시와 달리 중국 페이사 제휴 국내 점포들이 대폭 증가한 만큼 관련 가맹점 현황을 조사하고 지급결제 안정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해외 페이사들이 현행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납세를 회피하고,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숨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간판.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안내된 해외 간편결제.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 신수정 기자.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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