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김주하 기자] 기업가치 제고 공시(밸류업) 내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목표를 담는 방안이 당국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도록 밸류업 정책의 구체적인 지표 방향성을 제시하는 복안입니다.
30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안에 PBR 목표를 제시하고 준수하는 계획을 포함하도록 할 것”이라며 “입법이 필요하지 않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밸류업 내 PBR 목표 제시 의무화는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 개정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거래소 규정 개정은 금융위원회 승인 사항이므로 국회 통과 없이도 행정적 조치로 가능합니다. 다만,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법적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하려면 자본시장 법 개정(입법)이 필요하지만, 당국이 밸류업 '자율 공시' 원칙을 세우고 있는 만큼,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밸류업 공시에 PBR 지표를 담는 방안은 저PBR 기업 규제와 연계 됩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저PBR 기업은 리스트 공개 등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 붙여 망신주기)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PBR이 저조하면 종목명에 ‘저PBR’ 태그를 부착하고 의무공시하는 방안이 주된 내용입니다. 대신 해당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하면 일정 기간 낙인을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낙인을 피하기 위해 요건만 채우는 '면피성 공시'에 그쳐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주가 방어 등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보다 대다수 기업이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지표를 중심으로 공시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밸류업 공시에 PBR 목표를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은 이런 배경 아래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됩니다.
국회에서도 PBR을 압박하는 다수 법안들이 발의돼 있습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BR 0.8배를 밑도는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세 산정 시 최소 0.8배 기준 자산가치를 적용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기업 대주주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소위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김현정 의원은 2개 사업연도 연속 PBR 1배 미만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의 PBR 공시 강화 방안은 국회 입법 취지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여야 대치나 재계 반발로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을 행정적 조치로 타개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법안 통과 없이 당장 쓸 수 있는 강력한 '우회 규제 카드'로, 저PBR 상장사들에 실질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영·김주하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