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교섭시대)②직고용의 역설…‘임금 70%’에 쪼개진 원하청
역차별 대 차별…출구 잃은 ‘진퇴양난’
직고용보다 큰 폭풍…‘근로자 추정제’
2026-04-30 17:05:44 2026-04-30 17:05:44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요즘 제철소에 협력사 직원들 직고용된다 해 회사 망할 것 같아 포스코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 이직을 고민 중입니다. 한화는 연봉이나 복지가 어느 정도인가요?” “포스코 내부 분위기가 그런가요?” “네, 잘 다니던 후배들도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하더라고요.”
 
국내 철강 1위 기업인 포스코(005490)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고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랜 기간 내부적으로 고민한 결과가 무색하게 기존 정규직과 신규 하청 노조 모두의 반발을 사며 거센 ‘노노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양상입니다. 사회 임금이 부실한 한국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각자의 몫을 최대한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 노동구조가 제2의 인국공 사태’를 야기하는 형국입니다.
 
(사진=리멤버 커뮤니티 갈무리).
 

 
정규직 “노력 짓밟고 희생 강요, 투쟁 불사”
 
포스코는 직고용 대상이 되는 조업지원 협력사 직원들을 새로 신설하는 ‘조업시너지직군(S직군)’으로 채용해 오는 2027년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직고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임금은 ‘70% 수준’이지만 복리후생은 기존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내놓은 절충안은 원청과 하청,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채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은 치열한 입사 과정을 거친 자신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고, 하청 직원들은 동일한 현장에서 일하면서 임금 차등을 두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렸음에도, 현장에서는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직고용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기존 정규직으로 구성된 포스코 노조의 반발은 거셉니다. 포스코 노조는 직고용 비상대응반을 꾸리고 지난주 광양과 포항을 잇는 ‘공정가치수호 결의대회’를 개최, 4500여명의 조합원이 운집해 단결력을 과시했습니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직원 공감대 형성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무시해 조합원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무분별한 통합에 동의하지 않으며 조합원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투쟁으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노조는 별도의 성명서와 방송을 통해서도 절차적 정당성 훼손을 꼬집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집에 아들이 1명 있는데 가장이 집 밖에서 낳은 자식을 같이 한번 잘 지내보자고 데리고 오는 게 맞냐”며 “현장의 사기 저하를 해소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임금 70% 적용 관련 9500명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2일 광양에서 열린 포스코노조 공정가치수호 결의대회. (사진=포스코노조)
 
협력사 “70% 임금, 차별의 제도화”
 
하청 노조의 반발 수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70% 임금 제안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차별 구조의 제도화”라고 규탄했습니다.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장 관계자는 “포스코가 70%라고 말을 바꿨지만 임금 테이블이나 산정식 어느 것도 공개된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직고용된 노동자들에게도 기존 정규직과 완전히 동일한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하청 직고용의 ‘물꼬’를 트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연쇄적인 부담에 직면했습니다. 현대제철(004020), #현대자동차, 기아(000270), 한국지엠, 현대모비스(012330) 등은 하청 노동자와 줄소송을 이어가고 있고, 한화오션(042660)은 사내 급식업체 하청 노조가 원청 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하청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 원청의 재원을 떼어주는 과정에서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며 “조선업이 초호황기인데 불황 때 못 받았던 것까지 감안하면 우선 노무비 파이 자체가 커져야 하고 그 다음 정당한 분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단순히 직고용 대상을 합병하거나 채용하는 선에서 그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최근 하급심 판결을 보면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일반 원칙화해 합병 등으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 근로자 간에도 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하더라도 기존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결국 기존 정규직만큼의 급여를 요구하는 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법원이 ‘입사 경로’나 ‘고용 형태’를 근로기준법상 차별이 금지되는 ‘사회적 신분’으로 폭넓게 해석하는 추세라는 점도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단지 ‘하청 근로자 출신으로 직고용됐다’며 급여를 적게 준다면 법원은 이를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불법 차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막으려면 고용 형태가 아닌 ‘객관적인 역할과 난도 차이’에 따라 임금이 다르게 책정됐다는 합리적인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다가오는 입법 환경 변화도 산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지방선거 이후 타인에게 노무를 직접 제공하는 사람을 일차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 재논의에 나설 예정입니다. 재계 반발로 당초 노동절 통과 일정은 잠시 보류됐지만, 사안에 대한 입법 의지가 강한 상황입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에는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입증해야 했던 ‘근로자성’을 반대로 사용자가 객관적 자료를 통해 반증해야 합니다. 이광선 변호사는 “법률상 근로자로 우선 추정해 버리면 프리랜서 등이 계약 종료 후 퇴직금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더 큰 폭풍이 올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포스코 직고용, 차별구조 재편 관련  기자회견. (사진=정혜경 의원실)
 
한 기업 임원은 “노조 간 입장 차이가 이어지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상호 비방이 반복돼 조직 내 갈등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며 “기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 일정과 실행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유지하는 데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습니다.
 
*3편에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이 다중교섭시대의 딜레마를 넘어 공존을 모색할 해법에 대해 다룹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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