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몰고 온 나프타 수급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반등 신호탄을 쐈습니다. 저렴하게 확보한 원재료로 고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에, 아시아 지역 공장 가동 축소에 따른 특정 제품의 수급 조절이 맞물리며 기나긴 적자 터널을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에서 나프타 가공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은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거둔 분기 흑자입니다. 이란 전쟁 이후 원료가 급등에 따른 재고 환입과 긍정적 래깅 효과로 기초소재 영업이익이 61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이끌었습니다. 첨단소재 부문 역시 전 분기 재고 조정 종료와 주요 제품 판매 확대로 218% 급등한 6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동 설비의 60~70%를 포함한 글로벌 에틸렌 설비 20%가 셧다운됐다”며 “글로벌 화학 수급 밸런스 개선과 하반기 대산 공장 구조조정 효과를 감안할 때 연간 흑자전환 가시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LG화학(051910) 석유화학 부문은 1분기 매출 4조4723억원, 영업이익 1648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났습니다.
한화솔루션(009830)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이익 341억원을 올리며 2023년 3분기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여천NCC를 운영하는
DL(000210)도 석유화학과 에너지 부문에서 수익 회복을 견인,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58% 증가한 11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3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096770)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도 2000억원대 이익이 전망됩니다.
중국과 중동 등 주요 경쟁국의 설비 가동 차질도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을 뒷받침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진 중국이 내수 방어를 위해 일시적으로 수출을 제한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현지 석유화학 단지마저 공격을 받아 글로벌 공급 공백이 심화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공급 위축 속에서 아시아 지역의 선제적인 가동 축소는 원료가 다른 미국과 대비되며 마진 극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원유 기반의 아시아 나프타분해설비(NCC)는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천연가스 기반의 미국 에탄크래커(ECC)는 폴리에틸렌(PE) 등 에틸렌 계열로 생산이 제한됩니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아시아 전역이 일제히 NCC 가동률을 낮추자 미국 설비로는 대체할 수 없는 특화 제품들의 시장 공급이 급감하며 마진이 껑충 뛰었습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는 선제적으로 NCC 가동률을 낮춰 공급 조절과 재고 소진을 이뤘지만 북미 지역은 정상 가동과 누적 재고 탓에 수익성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과거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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