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막판 협상에서도 합의에 실패하면서 총파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가 수십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협상 시한은 줄어드는 반면 노사의 강 대 강 대치는 심화하면서, 세간의 이목은 파업 전 남은 ‘세 가지 변수’에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성과급 재원 마련 및 제도화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사후조정 회의에 참여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새벽 중노위를 마치고 나와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지만, (12시간 후 나온 중노위의)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 측도 노조를 향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 노조는 경영 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화된 제도화만 시중 고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 측이 언급한 ‘경직화된 제도화’는 이번 갈등의 핵심인 성과급 지급 체계를 둘러싼 문제를 의미합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고, 연봉의 50%로 설정된 상한을 폐지하는 한편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협상이 무산된 데다 사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논쟁만 남은 상황인 만큼,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의 안전 보호를 위한 필수 인력에 대해서도 노조는 열린 입장이었지만, 협의 중에 사 측이 가처분을 걸어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며 “향후 계획은 21일 시작될 총파업 준비에 총력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13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업계는 파업 전까지 남은 변수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간에서 거론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노사의 물밑 협상입니다. 실제로 이날 노조는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의 여지를 남겼으며, 사 측도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변수는 이르면 오는 14일 내려질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과입니다. 앞서 사 측은 노조의 쟁의 과정에서 생산시설 점거나 폭행·협박 등 위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제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해당 가처분은 쟁의 과정에서 발생 우려가 있는 위법행위를 제한하는 취지여서 파업 자체를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여부와 관계 없이 노조는 집회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가처분은 일부 안전 관련 시설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는 정치권과 정부 차원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입니다. 관련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 규모가 크거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의 쟁의행위는 즉시 중단되며, 이후 30일간 재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부 역시 노사 간 자율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실제 발동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노사가 ‘강 대 강’ 대치부터 멈춰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이 강행돼 수조 원대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영업이익도 줄어들고, 성과급도 줄어든다. 서로 제 살 깎는 일이 되는 것”이라며 “삼성도 노조 상대 경험이 많지 않고, 노조도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서투른 상태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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