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강화된 시가총액 기준 300억원(코스피)을 밑돌며 상장폐지 가시권에 들어온 상장사들이 무더기로 관찰됐습니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라는 금융당국의 명분은 확고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유동성 절벽에 갇힌 소외주들과, 엄격해진 규제를 역이용해 지분을 헐값에 넘기려는 꼼수 우려가 혼재돼 있습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우선주나 파생상품 등을 제외한 일반 상장 종목 중 에어리츠(140억원), 아센디오(219억원), 태원물산(230억원), 참엔지니어링(233억원), 한국주강(238억원), 에넥스(257억원), 비비안(259억원), 티웨이홀딩스(270억원), 체시스(278억원), 한세엠케이(278억원), 모나미(294억원), 대림통상(296억원), 동원수산(298억원) 등 13개사가 벼랑 끝에 섰습니다. 당장 오는 7월1일부터 코스피 시총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 미만 기업은 즉각적인 퇴출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들이 간신히 7월을 넘긴다고 해도 내년 1월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 기준선도 통과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가총액 기준만 높아진 것이 아닙니다.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 역시 상장폐지 요건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꼼수로 주가를 올리기 위해 10대 1을 초과하는 과도한 주식 병합이나 감자를 시도할 경우,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막혀 퇴출을 피하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처럼 한계기업 퇴출 문턱이 전례 없이 높아진 가운데, 시총 300억원 미만 종목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실적과 자산이 탄탄함에도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상장폐지 덫에 걸린 '억울한 위험주'도 존재합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53배의 저평가 상태인 동원수산이 대표적입니다.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32억 3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6%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9.1%로 뛰었음에도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총수 일가 등 우호 지분(약 25%)을 제외하면 소액주주 비중이 74.95%에 달하지만, 전체 상장 주식 수가 465만여주에 불과해 평소 거래량이 적은 구조적 한계를 지녔습니다. 수산업이라는 비인기 업종의 한계와 적은 유통 주식 수로 인한 소외 현상이 시총 300억원 미달이라는 규제 리스크로 번진 셈입니다.
반면, 펀더멘털 약화에도 불구하고 테마에 기대어 연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PBR 0.36배 수준인 모나미는 최근 송하윤 사장을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기업 가치 제고를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본업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외교 테마에 주가가 반짝 급등했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서명용 펜을 칭찬했다는 소식 하나에 주가가 장중 12% 이상 급등한 바 있습니다. 실적 뒷받침 없는 테마성 수급은 상폐 기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성을 보입니다.
대주주가 의도적 상폐를 유도한다는 의심을 사며 주주간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주가가 200원대에 머물며 동전주 사정권에 놓인 티웨이홀딩스가 대표적입니다. 액면가(500원) 밑으로 떨어진 주가 탓에 병합 후 액면가 미달 요건에 걸려 인위적인 주가 부양마저 막힌 상태입니다. 지배구조 변동 후 티웨이항공에 대한 지분 연결도 희석돼 반등할 동력도 약해졌습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회사 측이 유상증자에 불참하며 의도적으로 주당순자산가치(BPS)를 낮추고 있다면서 최대주주인 소노인터내셔널이 적정가에 공개매수를 단행해 자진 상장폐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강화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응보다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아울러 대주주가 상장폐지 제도를 악용해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한국거래소 홍보관 내 주식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