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약 16~20기’ 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를 조기 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재생에너지 첫 법정 계획은 과거 소규모 보급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 재생에너지를 국가 주력 전원으로 격상시키는 등 글로벌 안보 위기 속 ‘에너지 대전환’과 ‘국가 안보 강화’를 동시에 거머쥐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송전망 건설 속도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계통 미스매치’와 ‘구체적 재원 규모의 모호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수립·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100GW(기가와트)를 조기 달성키로 했습니다. 특히 2035년까지 국내 발전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려 세계 10대 재생에너지 보급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8차 에너지위원회 회의에 참석, 전력수급기본계획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2030년 재생e 100GW '조기달성'
재생에너지 100GW 수준은 기후 변동성에 따른 이용률을 감안, 실제 1년 동안 만들어내는 전력의 총량(발전량) 규모로 원전 약 16~20기 생산량과 맞먹습니다.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전력 계통 여유가 있는 수도권, 충청, 강원권 등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기가와트(GW)급 초대형 플래그십 단지를 신규 발굴합니다.
간척지, 접경 지역(평화의 태양광 벨트), 석탄발전 폐지 부지 등을 활용해 계통 수용성과 공공성도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접경 지역의 경우는 약 6~7GW 수준의 전력 연계가 가능한 계통 여유가 있는 만큼 해당 지역을 집중 공략합니다.
여기에 산업단지 지붕, 영농·수상형, 도로·철도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한 ‘4대 정책 입지 태양광’을 집중 배치합니다. 2030년 목표치인 100GW 중 태양광 87GW, 육상풍력 10GW, 상업 발전 기준 해상풍력이 3GW를 차지할 정도로 태양광 보급은 핵심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신축 공장의 태양광 설치 의무화와 이격거리 법제화도 보급 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핵심 요체입니다. 특히 이번 정부 계획의 큰 변화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폐지와 장기 고정가격 계약 시장으로의 전면 개편입니다.
그동안 매일 변동하는 계통한계가격(SMP)과 공급인증서(REC) 가격 탓에 시장 불확실성이 큰 데다, 국내 태양광 발전 단가(1메가와트 기준 원가 약 120원)도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게 유지돼 왔습니다.
정부는 RPS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을 ‘장기 고정가격 입찰 시장’ 체제로 일원화해 현행 150원 선인 계약 단가를 2030년 이후 100원 아래, 최종적으로 80원대까지 인하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정부가 입찰 상한가를 제어하고 발전 공기업에 설비 용량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시장 규모의 경제와 원전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셈입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전기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생에너지판 체질 개선 '승부수'
관련 업계도 20년 장기 계약을 통한 ‘가격 리스크 해제’와 ‘금융 조달의 용이성’ 측면에서 제도 개편 기조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업 생태계의 ‘국산화’ 고도화도 추진합니다. 현재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약 6GW 수준이나 국내 시장 위축으로 가동률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정부는 향후 대규모 보급 물량을 마중물 삼아 국내 모듈 생산 능력을 연 10GW, 풍력 터빈 능력 연 3GW 수준으로 확대합니다.
현행 60%대인 국산 모듈 비중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입찰 평가 기준에는 공급망 안보 지표를 도입하고 저탄소 모듈 인증제(탄소검증제) 고도화를 통해 중국산 저가 셀·모듈과의 차별화를 꾀합니다.
아울러 페로브스카이트, 텐덤 셀 등 차세대 태양광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세제·금융·투자 패키지를 결합한 범부처 추진 체계가 가동됩니다.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단지도 구축해 우리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입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햇빛·바람·계통 소득마을’ 사업도 추진합니다. 이는 총 1000만명의 재생에너지 소득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 주도 ‘햇빛소득마을 추진단’은 주민이 지분 참여 방식으로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마을 단위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또 베란다 미니 태양광을 포함한 자가용 설비는 전국 200만 공동주택 등에 2035년까지 지속 확대합니다. 생산 전력을 RE100 기업에 판매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고(REGO) 제도’도 신규 도입하는 등 430만명에게 자가용 설비 손익 창출 기회를 제공합니다.
과거 베란다 태양광의 고질적 문제였던 부실시공과 폐업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5년간 하자이행 보증 의무화’와 ‘국산 기자재 전용 기준’도 강화키로 했습니다.
지난 5월8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국산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충북 진천 한화 큐셀을 방문해 태양광 셀·모듈 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100GW 목표에도 '계통 병목 난제'
이번 1차 계획의 2030년 100GW 목표는 ‘고정 불변’이라는 것이 정부의 포부인 만큼, 보급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를 보낼 송전선로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현행 동해안의 4개 화력발전소조차 수도권으로 갈 선로가 부족해 가동률이 20%에 멈춰 선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100GW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려면 대대적인 전력망 혁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이 필수적이나 구체적인 재원 규모는 아직 모호한 상황입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거지 200m, 도로 100m로 이격거리 상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해도 규제권을 쥔 지자체들과의 갈등은 남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발전원 옆에 공장을 붙이는 ‘지산지소’와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기업을 지방으로 유인하기엔 전기료 인하 조치만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에너지 관련 한 전문가는 “지산지소의 경우 법인세·소득세 감면, 부동산 지원 등이 융합된 ‘세제 패키지’가 범정부 차원에서 결합돼야만 그나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정부의 마스터플랜과 유관 기관의 강력한 의지에도 시장 구조 개편과 보급 속도전을 안착시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는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논의하는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탄소중립 실현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대 축”이라며 “에너지위원회 위원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에너지 정책과 계획이 흔들림 없는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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