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원래는 오늘 오전에 비행 쇼케이스를 멋지게 성공하고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2026 드론·UAM 박람회’ 무대에 오른 김기훈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과장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첫 박람회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할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서비스 쇼케이스’의 기체 비행 시연이 기술적 문제와 갑작스러운 날씨 변수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음날 오후 시간대가 가장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기술진의 판단에 따라 비행 쇼케이스를 하루 연기한다고 공지했습니다.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드론·UAM 박람회’ 개막에 앞서 시연비행을 선보일 예정이던 삼보모터스의 도심항공교통(UAM) 모델이 연습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첫날 쇼케이스 불발, 16일로 연기
화려한 구호와 달리 기대를 모았던 미래 하늘길의 첫 시연이 실패로 돌아가자, 단순한 일시적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옵니다. 현재 대한민국 드론 산업이 마주한 차가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박람회장 부스 곳곳에서는 공들여 홍보하는 화려함과 현장 간의 괴리가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드론을 직접 설계·제작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실증 사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안타까운 건 정부 실증 과제를 수행한 것들이 현업에 전혀 연결되지가 않는다. 지금 지자체나 국토부 실증의 80~90%가 ‘배송’에 꽂혀 있다”며 “그런데 배송을 하려면 치킨집 사장님이 드론에 직접 음식을 실어 올려 보내야 하는데 비행 권한이나 공역 규제, 안전성 문제 때문에 실제 상용화는 아예 불가능하다. 결국 ‘쓸 수 없는 실증’에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테스트베드(실증구역)를 확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돈이 되는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대다수 중소 드론 업체들은 정부 예산을 타내기 위한 단발성 과제 수행으로 연명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드론·UAM 박람회’ 행사장 부스에 참가자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는 “국내 드론 기업 100개 중 90개는 국토부 실증 과제 예산을 따 1~2년 개발하고 과제가 끝나면 연결성 없이 또 다른 연구 과제를 찾아 헤맨다”며 “기체 자체 개발과 성능 개량보다는 단순 수주를 위한 기형적 생태계가 고착화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산림청·소방청 등 실제 드론 수요가 확실한 부처와의 실질적인 협업 실증도 뒷전이라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부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이 한국의 드론 요격 훈련과 운용 방식은 실전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것에서 뼈아픔을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외신의 비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더 좋은 기술력을 뽐낼 수 있어도 각종 규제 해소와 제도권의 뒷받침이 없다보니 결국 핵심 기술은 해외 드론·UAM 기체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 부스에서 만난 국내 드론 개발사 대표도 “그 비판, 솔직히 전적으로 인정한다. 국내에서 화려하게 선보이는 군집 드론 기술들은 실전 전술 환경에서 그만한 기동 속도와 생존력을 내지 못한다. 겉보기용 쇼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직접 생산 규제’ 등의 제도들이 오히려 기술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덫’이 됐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제도가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둔 채 실질적인 활로는 열어주지 않아, 결국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지게 만들었다는 토로입니다.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드론·UAM 박람회’ 행사장에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규제에 발전 발목…그럼에도 '다시 도전할 힘'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이날 행사를 찾은 국회의원의 발언을 통해서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중국이 드론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며 미국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주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공역 문제,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정부가 규제를 너무 까다롭게 쥐고 있어 오히려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밤낮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법을 고쳐서라도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뼈아픈 현실과 지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쓸모없는 도전이 없듯 실패를 축적해야 미래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현사장 연사로 나선 과학·공학 크리에이터팀 ‘긱블(Geekble)’ 이민석 PD가 좌절 대신 ‘다시 도전할 힘’을 얘기한 것도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규제 혁신 요구와 현장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에 대해 정부 측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김기훈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장은 첫날 쇼케이스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 때문에 ‘실전과 같은 실증 테스트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과장은 “비록 시연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와 환경적 변수를 직접 겪어보는 실증 테스트야말로 진짜 기술을 완성하는 핵심 과정”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서 계속 부딪히며 안전성을 검증해 나가는 실증 사업 확대를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표명했습니다.
더욱이 UAM의 경우는 제주도에서 관광 상업화의 첫 단추를 꿸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통합니다. 예컨대 실제 관광객을 타깃으로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 노선을 도는 등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실증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토부는 오는 2028년을 목표로 UAM 상용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조종사·정비사 양성 등 하드웨어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전시장 곳곳에서 우리 드론·UAM 기술의 발전상을 직접 살펴보고 함께 열리는 콘퍼런스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미래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15일 인천대학교 INU이노베이션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및 도심항공교통(UAM) 비행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인천=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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