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자회사를 중복상장할 때 모회사 이사회에 일반주주 보호 의무를 어느 수준까지 부과할 것이냐를 두고 기관투자자와 투자업계·기업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사회 5대 의무와 독립 특별위원회 설치 제언이 나온 가운데 비지배주주 다수결(MoM) 도입 여부, 중소·벤처·순수 지주회사 예외 인정 여부를 둘러싼 찬반 구도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27일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에서 모회사 이사회 의무 범위와 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1·2차 세미나에서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침과 비지배주주 다수결(MoM) 도입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데 이어, 이날은 모회사 이사회 의무 설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선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찬반 결의 및 통지, 공시 등 5가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처음으로 제시됐습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모회사 이사회 결정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그는
신세계푸드(031440)가
이마트(139480)와의 주식교환 과정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인상을 권고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들이 해외 상장으로 우회할 수 있다며 해외 상장에도 동일한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만은 국내 상장과 달리 해외 상장 시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중복상장 규제 방향에 대한 기관투자자와 기업·투자업계 간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며 "지배주주 지배력이 강한 한국 구조상 이사회와 특별위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MoM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9.4배 늘었지만 지수는 5.6배 오르는 데 그쳤다"며 "예외 없이 금지하고 인적분할로 가야 한다. 불가피하게 상장한다면 잔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전량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기업·투자업계는 일률적 규제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에는 예외 조항이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며 "중복상장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기존 사업을 쪼개는 물적분할과 신규 사업을 위한 자회사 설립은 성격이 다르다며 순수 지주회사에 대한 별도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제도 시행 이전 투자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재무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MoM이나 3%룰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며 법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주주 전문성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일정 비율 이상 동의를 요구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3%룰 적용 일반결의가 타당하다"며 주주 동의 절차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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