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약속 사면'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습니다. 사면권의 자의적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면 교감설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4번째 특별사면 대상에 김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이 포함되자 사면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이들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사면 요건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사전 교감이나 약속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외부위원 다수로 구성되는데,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면을 약속받고 재상고를 포기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사면은 사면권자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필요성과 국민 통합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견제수단 없어…정치적 악용될 가능성
대통령이 고유권한인 특별사면권을 통해 일부 정치인과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논란은 매번 반복됩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반 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별다른 견제수단이 없다 보니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객관적 기준없이 남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 통합'은 정부가 특별사면의 이유를 설명할 때마다 제시하는 근거지만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라는 비판도 받아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사면심사위의 민간위원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면심사위가 사면의 적정성을 검토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만 위원 대부분 법무부 장관에 의해 임명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합니다. 또 위원 9명 중 5명이 현직 공무원으로 이뤄져 감시와 통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면을 논의한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프랑스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사면심사위 회의 내용을 곧바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면심사위 민간위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회의 내용은 심사위 개최 후 5년동안 비공개되다가 이후 공개되는 내용도 요악본에 불과합니다.
사면 대상의 기준을 명확히 해 판결 직후엔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없도록 제동을 거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일본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벌금형은 최소 1년 후 사면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 따라 부과된 형량이 석방 일 또는 유죄판결 확정일 중 가장 최근 일로부터 최소 5년 이상이 지나야 청원권이 부여됩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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