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부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더 센 3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별검사법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최근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의원들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내란 척결을 목표로 보다 선명하고 강경한 발언을 통해 당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방선거 출마 전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리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다 보니 조 대법원장 의혹이 '제2의 청담동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도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희대 사퇴' 불씨 당긴 추미애, 차기 경기지사 유력 후보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 사퇴의 불씨를 처음 당긴 건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습니다. 추 위원장은 유력한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추 위원장은 18일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등에 관한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서도 "사법 쿠데타는 명백히 있었고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추 위원장과 함께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는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과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통일교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헌법 20조 2항을 보면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돼 있다"며 "이것을 위반했다면 위헌 정당이 입증되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저울 중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최근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이슈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제보 녹취'를 틀며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간 회동 의혹을 공식 석상에서 처음 제기했던 사람 역시 서 의원이었습니다. 서 의원은 회동 의혹과 관련한 녹취가 AI(인공지능) 조작이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 사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 의원은 전날 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에서도 "공격을 받는 만큼 나는 더 강해진다"며 "확실하게 조희대와 지귀연을 정리하는 데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주도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의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을 노린 정치 공작"이라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홍근·박주민 의원도 내란 척결을 내세우며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 중에서 현안과 관련 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당 지지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인 내란 척결을 위해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 내란재판부 설치, 더 센 특검법 발의 등을 추진하며 강성 당원을 일컫는 이른바 개딸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란 지적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의 청담동' 사태로…"민주, 집권당다운 태도 아냐"
민주당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두고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 내놓은 강경 발언들이 오히려 정치적 무리수가 되면서 '제2의 청담동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역시 비슷한 전개 양상을 보였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의 배경으로 꼽히는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출처가 유튜브 체널이라는 점이 파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유튜브에 떠도는 의혹들을 끌어다 쓰면서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재생산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이러한 행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떠나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브를 징벌한다는 이재명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되는데요.
박상평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짜뉴스 대응 사례를 봤으면 민주당의 유튜브에 대한 대응은 차원이 달라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유튜브에서 나온 이야기를 받아서 전달하는 민주당의 '묻지 마'식의 의혹 제기 아닌가"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일부 진보 유튜브의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빌려 쓰고 있는 것은 집권당다운 태도가 아닐뿐더러 국민의힘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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