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수익자 사망 때 법정상속분과 보험금청구권은 어떻게?
2025-03-17 13:48:00 2025-03-17 14:03:14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달 20일 대법원은 생명보험에서 지정된 보험수익자가 먼저 사망하고 재지정권이 행사되지 않은 경우의 보험금청구권 귀속에 관해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상법 제733조 제3항과 제4항의 해석이 문제가 된 경우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상법 제733조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의 지정이나 변경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 계약은 그 성질상 타인을 위한 계약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고 그 가입 기간이 장기간이 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사정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필요가 생깁니다. 상법은 이러한 경우를 상정해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권리를 인정합니다.
 
A씨는 사망할 경우 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받는 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남편인 원고와 사이의 자녀 B씨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B씨가 먼저 재혼한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어서 A씨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재혼한 남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발생한 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전남편인 원고는 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지정 보험수익자 B씨의 법정상속인인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의 부모인 독립당사자참가인들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A씨의 상속인인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각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겁니다.
 
원심은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은 지정 보험수익자의 사망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와 참가인들이 보험수익자로 확정되고, 수인의 보험수익자들은 분할채권의 법리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균등하게 취득하며, 참가인들은 소외 1의 보험금청구권을 상속했으므로 보험금청구권이 원고에게 2분의 1, 참가인들에게 각 4분의 1씩 귀속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긍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법리를 설시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명보험에서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법 제733조 제3항과 제4항은 지정 보험수익자가 보험 존속 중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되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하거나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 사고가 생긴 때에는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계약자가 재지정권을 행사하지 못해 보험수익자에 흠결이 생긴 경우, 보험계약자가 지정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도록 한 원래의 의사를 우선 고려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겁니다. 
 
이러한 법 문언과 규정 취지를 고려하면, 지정 보험수익자 사망 후 보험계약자가 재지정권을 행사하기 전 보험계약자가 사망하거나 보험 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 사고 발생 당시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지 않으면, 그 상속인의 상속인을 비롯한 순차 상속인으로서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 사고 발생 당시 생존한 자가 보험수익자가 된다는 겁니다. 보험수익자가 되는 상속인이 여럿이라면 그 상속인들은 법정상속분 비율로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전남편인 원고에게 2분의 1, A씨의 부모인 참가인들에게 각 4분의 1이 귀속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본인 이외의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한 생명보험입니다.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보험계약자 자신이 보험수익자가 되고,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면 그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됩니다. 보험수익자는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청구권을 직접 행사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고, 이는 보험수익자 고유의 권리이므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상속인이라도 보험수익자가 아니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위 사안은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이 상속돼 상속인들이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A씨와 전남편 사이의 자녀 B씨가 먼저 사망하고 A씨가 사망했는데, 보험수익자가 먼저 사망하고 보험계약자의 재지정권 행사 전에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따라서 보험수익자인 B씨의 상속인들이 보험금청구권을 상속하므로 B씨의 아버지인 전남편과 어머니인 A씨가 상속을 받고, 이어서 A씨가 사망했으므로 A씨의 부모인 참가인들이 A씨의 지분 2분의 1을 다시 각 2분의 1 지분으로 나눠 받게 된 겁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일방적인 의사 표시에 의해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보험수익자로 할 것인지에 관해 보험계약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겁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사망 후 보험수익자를 재지정하기 전 사망해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하면, 위 상법 규정의 취지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상속인들이 보험수익자가 되고 상속의 법리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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